경험하지 못한 등골 서늘한 영화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는 수(지진희). 19년 만에 찾은 쌍둥이 동생과의 만남을 앞두고 태수가 된다. 만남의 장소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동생은 숨지고, 목격한 수는 동생으로 위장해 경찰로 들어가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영화는 수의 동선(動線)을 뒤쫓는다. ‘살인청부업자 수’를 뒤쫓는 남형사(이기영)와 동생의 여자였던 미나(강성연)의 의심을 받으면서 동생의 살해범이 정체를 드러내길 기다린다. 수는 동생의 죽음 뒤에 19년 전 형제를 헤어지게 만든 마약조직의 보스 구양원(문성근)이 있음을 알게 된다.
복수극은 처절하다. 극단적인 폭력묘사는 웬만한 호러영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상대의 귀를 손으로 뜯어내고 눈알을 파낼 정도로 수의 복수심은 뜨겁다. 동생을 죽인 범인들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복수심은 더욱 활활 타오르고, 폭력의 수위 또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폭주한다.
최양일 감독의 거친 액션은 지하주차장에서 다른 무기 없이 벌어지는 첫 폭주 시퀀스부터 관객의 넋을 쏙 빼놓는다. 고층빌딩에서 벌어지는 고공액션, 마약세계의 뒷골목을 엿보게 하는 수상시장 등 5개 도시를 오가며 로케이션으로 찍은 액션 장면은 날것 그대로의 살육이다. 피가 튀고 팔이 잘리고 관절 꺾이는 소리가 진동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동생 태진은 어떻게 경찰이 됐는지, 하필 만나는 그 순간에 죽어야 했는지, 수의 분노가 왜 그렇게 집요하고 무자비한지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로지 수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적들을 어떻게 처단하는지 보여주는 데만 관심을 둔다.
그렇다고 잔혹한 액션에 쾌감이 실리는 것도 아니다. 복수극은 갈수록 격렬해지지만 수의 복수심은 관객의 가슴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도 숨가쁜 편집도 없다. 붙박이 카메라는 거리를 두고 ‘개싸움 같은 액션’을 건조하게 지켜볼 뿐이다.
최 감독은 복수극의 쾌감이 아니라 인간의 복수심, 그 자체의 잔인성과 무한성을 보여주려 한 건 아닐까. ‘수’에서 하드보일드한 것은 액션이 아니라 ‘죽어도 죽지 않는’ 질기고 징한 ‘분노에 가득찬 영혼’이다.
따라서 관객의 반응도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다. 입이 딱 벌어지는 남성 영화를 보았다는 사람과 줄거리는 없고 차라리 눈 감고 싶은 잔혹함만 있다는 사람.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등골 서늘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비틀즈의 ‘댓츠 왓 아이 원트’(That’s What I want)를 흥얼거리며 숫돌에 칼을 가는 해결사 지진희는 지금까지 출연한 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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