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집 ‘고사기’ 日 역사의식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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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집 ‘고사기’ 日 역사의식 고스란히

권오엽.권정 부녀교수 5년간 공동번역 “그들의 논리 제대로 알아야 대응 가능”

  • 승인 2007-03-22 00:00
  • 신문게재 2007-03-23 10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 권오엽 충남대 교수
▲ 권오엽 충남대 교수
▲ 권정 배재대 교수
▲ 권정 배재대 교수
일본의 고전, 일본의 건국신화 이야기를 한문으로 집대성한 고사기(古事記)를 부녀가 함께 펴냈다.
권오엽 충남대교수와 딸인 권정 배재대교수가 5년간의 공동작업으로 일본역사를 이해하는 한 축인 `고사기`를 상ㆍ중ㆍ하 3권으로 도서출판 고즈윈에서 출간했다.

지난 2000년 아버지인 권오엽 교수가 1990년대 중반에 시작한 고사기 완역본을 충남대출판부에서 펴냈고 이번에는 딸인 권정교수가 참여, 이를 대폭 보강하고 수정한 판본을 선보인 것이다.

`일본이 신라를 정복하고 백제가 일본에 왕인(王仁)박사와 함께 논어와 천자문을 헌상했다`는 고사기의 내용을 접한 게 번역작업의 동기였다는 권오엽교수는 "1990년대 중반 번역 작업에 착수, 2000년도에 고사기 번역본을 펴냈지만 다소 부끄러움 점이 많아 딸과 함께 개정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한 권정교수는 한·일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동경대에서 비교문학·비교문화를 전공했다.

권정교수는 "과거 신라와 백제가 일본에 조공했다는 일본의 역사의식 바탕에는 `고사기`라는 일본 신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그동안 이 같은 일본의 논리를 논할 가치도 없고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했지만 그들의 의도를 알아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고사기` 번역의 중요성을 이같이 말했다.

`고사기`는 8세기 초 중국중심의 동아시아 세계질서 속에서 일본의 존재 가치를 입증시키기 위해 저술됐다. 여기에는 중국의 `중화세계관`을 모방한 `소중화세계관`으로 천황중심의 세계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이 중국에 했듯이, 일본에게 조공을 해 오는 책봉국의 존재가 필요했으며, 백제와 신라가 그 상대로 그려지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논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 권교수가 `고사기` 번역에 동참한 이유다.
권정교수는 "고사기가 고서체이다 보니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와 머리를 맞대고 번역하는 등 서로 도움이 됐다"며 부녀간 번역작업의 즐거움을 이같이 말했다.

권정교수는 일본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고사기` 번역서 출간을 마치자마자 `일본서기` 번역작업에 착수했다. `고사기`보다 3배 분량의 일본서기를 번역하는데에는 최소 3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권정교수는 "일본을 지탱하는 `고서기`와 `일본서기`를 통해 일본의 세계상을 알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논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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