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박경철 지음) |
바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인데, 이 책은 2005년 4월에 초판이 출간된 후 조금씩 입소문을 통해 읽혀지고 있다가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읽어보신 분들이 저자의 매력에 빠지면서 이 책을 다시 찾고 있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읽어 보신 분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아름다운 동행`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내릴 만큼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야말로 진국 같은 책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이력은 독특하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박사, 외과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서울과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외과전문의로 근무했다. 친구들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40세가 되던 해에 낙향해서 지금은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대목에서 이런 글이 소개된다.
92년 레지던트 2년차 시절, 어느 할아버지가 인근 소도시에서 건널목을 건너다 신호를 무시한 승용차에 치여 인근 종합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를 받고 후송되어 왔는데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얼마 후, 보호자가 왔는데 육십 대 할머니셨다. 할머니는 의사들의 설명을 침착하게 들으시더니 “우리는 아들딸도 없고, 단둘이라오, 내가 저 어른 만난 지 딱 두 달 됐는데 이대로 가버리면 원통해서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할아버지 곁에서 머물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얘기하셨다.
워낙 중환자였기에 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거절을 했다. 그러기를 1주일, 할머니는 1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두 손을 꼭 쥐고 기도만 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동료 의사들과 할머니에게 할아버지의 상태에 대해 말해 준다고 협박을 해서 밥을 사드렸는데, 할머니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18살에 할아버지에게 시집 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2달 동안 꿈같은 신혼을 보냈는데, 징용이 나와 할아버지는 끌려갔고, 50년 넘게 청상으로 살게 된다. 시부모 모시고 남편 오기를 기다리며 살다가, 시아버지는 10년 후 울화병으로 돌아가셨고, 시어머니 모시고 살다가 5년 대소변을 받아낸 끝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혼자 살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대문 밖에 와 있기에, 알고 보니 NHK방송국에서 나왔는데 사할린에 남편이 살아있다는 거였다. 방송국 사람들을 따라 일본에 가서 할아버지를 만나보니, 할아버지도 할머니 만날 생각에 혼자 살고 있더란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돌아와 산지 두 달 만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란다.
그래서 할아버지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내야 한다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의사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 물론, 할머니는 특별대우를 받고 할아버지 곁에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차도를 보이던 할아버지가 안타깝게도 패혈증 증상을 보이면서 병원의 모든 의료진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못하고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마지막 가는 순간을 꺼억꺼억 울음을 삼키면서 지켜보셨다.
이런 내용 외에도 병원에서 벌어지는 35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은 이런 것이다`라는 생생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현장감 있게 전달되는 이 책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내 몫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 우리가 이웃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나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 바로 양심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듯이, 이 글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사실, 꼭 기억하고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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