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1만명의 새터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두고 온 친척이나 친지들과 교신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럼 과연 이들은 북한에 있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초조한 심정으로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막상 내려와 보니 예상보다 더 따뜻한 배려와 사랑으로 대해 주고 있어 목숨 걸고 내려온 보람이 있다면서 어서 내려오라고 손을 내밀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처벌만 받지 않는다면 차라리 굶주리더라도 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니 절대로 내려오지 말라고 만류하고 있을까? 그런데 우리 사회에 둥지를 튼 새터민들 중에서 전자에 속하는 새터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먹는 문제야 북한보다는 낫겠지만,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 제대로 안 통하여 답답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상대하기를 꺼리는 것은 아닌지?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 못하여 잔업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퇴근한다고 핀잔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함께 일할 기술이 없어 단순노동을 시키면서 종 다루듯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존심이 심히 상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어 정신적 스트레스만 깊어져가고, 심지어는 정신과 치료대상자로 전락되는 새터민은 없는지?
같은 한글을 쓰고, 같은 말을 하고 있는 한(배달) 민족인 우리가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으면 지구상에 어느 누가 이들을 사랑과 진정으로 받아주겠는가? 나라(통일부)가 실시하고 있는 현재의 새터민정책은 과연 옳은가?
나라는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새터민정책을 추진하자. ‘하나원’의 시설을 전국 16개 시겣동?추가로 설치하여 이곳에서 제대로 된 사회적응훈련기간을 거치게 하여 각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새터민의 정착지원금 이외에 남한사회적응훈련자금을 남북협력기금에 신규사업으로 설정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이관시키고 지자체가 주관이 되어 시행하도록 하자.
분단 60년동안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거의 30배로 벌어지고 있다. 만일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하게 된다면, 북한주민 2300만명이 한꺼번에 남쪽으로 내려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비운을 맞이할 는 지도 모른다. 이것이 현재의 남북한 경제수준으로 볼 때 통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북경협을 통하여 북한경제를 지금 보다 더욱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통일의 물리적 비용(Physical Cost of Reunification) 축소정책이라 부른다.
한편, 이 통일의 물리적 비용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바로 통일의 사회적 비용이다. 동독도 지금 이 엄청난 통일의 사회비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남북한 주민들의 언어, 사상, 관습 등의 차이를 축소시키기 위한 비용이 계산하기도 어렵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추가 비용이 천문학 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비용을 축소시키기 위하여 남북한 상호방문,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아시안게임 단일팀 출전 등을 시도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장벽을 허물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필자가 남한사회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새터민들을 더욱 따뜻하고 사랑으로 대해야 할 진정한 이유는 그들은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공동운명체이고, 나아가 이 사랑은 결국 엄청난 통일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사전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 새터민을 더욱 진실하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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