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물포럼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물소비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태계악화와 생물다양성 손실로 후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안전한 물 확보를 위한 공동협력 방안, 기본적인 물수요의 충족, 수자원가치의 가격화, 국제적 물분쟁 지역에서의 국제협력 증진 등을 7대 공동과제로 채택했다. 당시 발표된 21세기 물의 안보를 위한 선언문을 보면 인류의 심각한 물부족 위기가 물에 대한 관리 잘못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201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비율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수자원확보 공동협력방안을 담고 있다.
헤이그 물 선언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수자원 정책의 기조를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꾸고, 수자원 가치의 가격화 시행과 함께 절수형 요금체계를 세우는 등 물절약 운동의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용수확보를 위해 댐이나 저수지의 축조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대형댐은 홍수조절용 평화의 댐을 제외하면 장흥댐 1개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물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들이 물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껴서 자발적으로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인 것도 아니다. 현상을 왜곡하여 필요이상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익숙해져 오히려 현실감각을 무디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당시 환경과학 잡지의 주요 화제는 ‘산성비’와 ‘지구온난화’였다. 2000년이 되면 산성비의 피해로 숲이 죽어가고 해수면이 상승해 네덜란드가 바닷물에 잠긴다는 이야기가 신문지면에 가득했다. 2000년이 지났지만 산림은 울창하다. 또 남극의 빙산이 녹았다는 기사는 여전하지만 네덜란드는 물에 잠기지 않았다. 오히려 산성비에 의한 삼림파괴는 허구임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유럽의 울창한 흑림(黑林)이 쇠퇴한 것은 산성비 때문이 아니라 인위적인 숲 조성으로 자연상태의 숲이 갖고있는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환경사안은 변화의 예측변수가 다양하고 인간의 예지능력으로 다루기 힘든 부분도 많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경우 평균기온이 과거보다 상승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산업과 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초등학생 수준의 대책밖에 되지 않는다. 실행가능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경제적 타당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싸더라도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 먼저 검토해 볼 일이다.
지난 2월 초 발표된 제4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IPCC)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 현상은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다고 되어 있지만, 일부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노력으로 가속화 속도가 늦춰졌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과학자의 주장이 항상 참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학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노력이 늦을수록 생태적 적자는 늘고 자연환경을 안전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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