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한밭대학교 교수평의회 의장.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공동회장 |
교육은 100년지 대계이다. 당연히 정부의 교육정책은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에 휩쓸리고 앞뒤가 맞지 않고 기만적이기까지 한 교육정책을 보노라면 분노에 앞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부는 재정부족 문제의 해결과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통폐합을 통해 국립대 숫자를 줄여 특성화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새로운 국립대 신설은 아무리 대통령 공약사항이라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통폐합을 통한 특성화 전략 또한 중복과 혼란만을 야기시켜 오히려 대학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
특별법 입법 문제도 그렇다. 국립대의 자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큰 명분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율성보다도 통제 요소가 더 많다. 최근에 통과된 울산대 특별법도 당초 안에 있었던 교육연구위원회와 재무경영협의회 조항이 삭제되고 과기부장관과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사를 추천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만 보더라도 정부가 대학운영에 개입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자율적으로 원하는 대학만 선택할 수 있고, 국립대 수준의 지속적 재정지원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법인화 여부는 각종 국책사업 등의 선정요건이 되어 반강제 조항이나 마찬가지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도 부족한 정부재정을 감안할 때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더 파행으로 치닫기 전에 국립대의 법인화에 대해 냉철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투자에 비례하며 고등교육은 우리나라 미래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예산은 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모든 국립대학들은 국고에서 예산의 40-50%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나머지는 기성회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미 거의 반이상 사립대학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무책임한 법인화 발상은 고등교육 육성이란 정부의 중요한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는 기초학문이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이공계 육성이야말로 정부의 몫이다. 결코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서민들의 교육받을 기회가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
법인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생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등 선진국 대학들의 경우 재정의 20%정도를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우리의 기부문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또한 지방의 재정이나 지역경제가 미약한 가운데 학교기업을 통한 수익 창출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방대학의 재정악화, 연구비의 대폭적인 삭감, 정기학술잡지의 구독중지, 신규교수 채용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인화는 시기상조임에 틀림없다. 법인화를 통한 재정절감효과가 없다면 굳이 법인화를 추진하여 소득 없이 대학과 국가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특별법은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가장 쉽고 확실한 대안으로 현재의 고등교육법을 과감히 손질하여 국립대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주는 것이다. 즉, 현행법 테두리 하에서 국립대학이 특성화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변화와 혁신이 없는 대학들은 과감히 도태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부를 없애지 않고는 우리의 교육이 바로 설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교육 당국자는 이 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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