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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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삶

  • 승인 2007-03-15 00:00
  • 신문게재 2007-03-16 20면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민찬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불쑥 요즘 같으면 살맛이 안 난다며 뒤에 앉은 내게 동의라도 구하듯 물었다. 잠자코 있었더니 한참을 가다가 여기저기서 ‘오늘의 운수`만을 믿고 있는 빈 택시들을 보라며 재차 다그치고 있었다. 경제가 어렵고 경기가 불황이라 그런가, 사납금을 못 채워서 그런가 하며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마치 내가 책임을 추궁당하는 듯해서 기분이 묘했다.

누구나 자신이 겪고 있거나 맞닥뜨리고 있는 일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 현재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지금의 나`가 느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 일들을 겪은 당시에는 최선의 방책으로 문제를 풀어내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지 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시`에만 요란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다 보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나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이 나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변명하며 잡아떼거나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일삼아 기다린다. 어떤 일에 대한 결과는 있는데 그 일을 도모한 중심과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의 상황에 우리는 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채 두루뭉실하게 지나가곤 한다. 대개는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성 진단으로 마무리하다보니 다음 일에 대한 대비나 준비가 바로 될 수 없다.

이제는 ‘모른다`거나 ‘기억에 안 난다`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발뺌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지목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말이다. 어떤 일이든지 중심에 섰던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이 모른다면 누가 안다는 말인가. 국민들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만 간단하고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정치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는 ‘정야정명(政也正名)`라는 이야기로 정치의 요체를 풀어내고 있다. ‘정치는 명분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분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각자가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이름값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적지 않은 부문에서 사회적 투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당장은 아무개가 왜 북한을 다녀왔는지, 다녀왔으면 그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고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투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없으며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는 그 어떤 꿈과 희망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그때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의 논리만 팽배해지고 그러다보니 사회적 모순과 갈등은 날로 늘어만 간다.

역사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동안 충분할 만큼의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사회적 역량과 경륜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하는 어느 노래의 한 구절처럼 각자가 맡은 직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충실해야 할 때다. 나만큼 아둔한 제자가 있었는지 공자는 정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세한 설명을 덧붙여 놓고 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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