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조 대사.헐렁한 짜임새 아쉬워
여기 ‘뚜껑이 열려버린` 사내가 있다. 아내는 ‘재미가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직장에서는 정리해고란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내가 뭘 잘못했기에…”하며 참았다. 하지만 송별회식 자리에서 “너 퇴직금 많이 받을 테니 회식비는 네가 내라”며 놀려대는 후배 녀석 때문에 확 돌아버렸다. “하지 말란 거 하는 놈이 잘사는 나라”라고 소리 질러봤자 회식 자리 상 뒤엎고 노상방뇨하는 게 고작. 그런데 그게 하필 파출소 담벼락이었으니.
파출소서 만난 사람도 가관이다. 교도소보다 편한 곳 없다며 자진해서 들어가려는 인물. 하지만 둘은 총기탈취에 탈주까지 감행하고야 만다. 이제 두 사람은 갑갑한 도시를 난장지르며 시원하게 인생 한번 쏴보자 결심한다.
홧김이든 분풀이든 사회적 금기를 깨부수는 건 어쨌든 후련하다. 얄미운 이웃 차를 패고 감시카메라를 총으로 쏘고. 영화 ‘도쿄 드리프트`를 연상케 하는 도심 속 자동차 경주 장면은 웬만한 액션영화는 저리가라 할 만큼 시원하다. 그리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영화나 보며 푼다. ‘쏜다`의 의도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나약한 모범 시민이 테러범이 되고 전과 15범의 불량 시민이 그를 말리는 우스꽝스런 대목은 얼마나 통쾌한가. ‘인간 교과서`로 살아온 사내의 좌충우돌 일탈을 그냥 화끈하게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웬걸 사회적 메시지가 깜박이도 없이 끼어든다. “단순한 일탈과 카타르시스뿐 아니라 거기에 상응되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는 박정우 감독의 의도는 좋다.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금기를 깨부수는 재미일 수 있으니.
스트레스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인공들의 ‘엿 같은` 처지를 내 것처럼 여기며 일탈 행각을 화끈하게 즐기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생각보다 덜 화끈하고 덜 유쾌하다.
‘뚜껑이 열려버린` 소시민 박만수는 감우성이, 그런 박만수를 말리는 전과 15범 양철곤은 김수로가 연기했다. 자칫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박만수의 행동이 공감을 얻는다면 감우성의 덕이다. 그의 섬세한 연기는 갑자기 생겨난 분노가 아니라 쌓이고 쌓였던 응어리가 폭발한 것으로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런 감우성의 호연도 작위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억지스런 구성 때문에 빛이 바랬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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