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할머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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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할머니 사랑

  • 승인 2007-03-13 00:00
  • 신문게재 2007-03-14 20면
  • 류창기 천안 쌍용고 교장류창기 천안 쌍용고 교장
▲ 류창기 천안 쌍용고 교장
▲ 류창기 천안 쌍용고 교장
새 학년을 맞이하여 무척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잠깐 이지만 작년 내내 저녁이면 학교에서 늘 뵈던 저의 어머니 같은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는 거의 매일 저녁 우리 학생들이 자율 학습 중인 학교 주위를 돌고 계셨습니다. 얼굴에는 늘 미소를 머금고 가끔 교실 쪽을 바라보시면서 돌고 계셨습니다.

제가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할머니가 학교에 자주 오시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부터 입니다.

할머니는 천안에서 조금 떨어진 북면에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아드님은 그곳에서 커다란 목장을 경영하시느라 천안으로 이사 올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곳 천안에 손녀 둘이 우리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가까운 이곳 쌍용동에 원룸을 얻어 손녀 둘과 함께 이사 오셨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손녀들이 공부에 지장이 없도록 늘 보살피며 사랑스러운 손녀들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소원하시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생활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도 저녁에 손녀가 다니는 학교에 오셔서 걷기 운동을 하시다 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은 늘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할머니 힘들지 않으세요?”저의 질문에 오히려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뭐가 힘들어요. 재미있어요.” 하시며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계속된 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이 헛되지 않아 3학년이던 손녀는 대학 합격의 소식으로 할머니의 정성에 보답하였습니다.
저는 훌륭한 어머니를 모신 북면에 계신 아드님이 부러웠습니다.

막내아들로 태어난 저도 십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모두 생존해 계셔서 늘 옆에 계신 부모님과 기쁜 일 슬픈 일 모두를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눈빛만 봐도 정감이 흐르는 시간들이었는데 그해 아버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두 달 후에 어머님도 훌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오늘같이 연로하신 분들을 뵈면 늘 부모님 생각이 떠오르며 아쉬웠던 일만 기억납니다.

이제는 새로운 3학년 학생들이 오늘도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님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학교만 벗어나면 청소년을 유혹하는 많은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창한 교육적 이론보다는 할머니의 자상하고 순수한 마음과 같이 청소년 모두가 내 자녀로 생각하면 학교주위의 유해 환경은 절로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국운은 청소년의 기상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땅의 모든 학생이 지금 나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연로하셔서 사랑하는 자식 곁을 훌쩍 떠나신다 생각하며 효를 실천한다면 비행 학생도 폭력 학생도 우리 주위에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청소년이 진정한 효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배우고 행동하는 감동이 넘치는 학교가 되길 원합니다.
모든 학교가 사랑하는 가족처럼 배려하며 정을 나누고 미래를 꿈꾸는 희망의 배움터가 되어 미래사회의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개나리꽃과 함께 할머니의 사랑은 올해도 우리학교 교정에 다시 꽃 피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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