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베이비 붐 세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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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베이비 붐 세대의 고민

  • 승인 2007-03-12 00:00
  • 신문게재 2007-03-13 21면
  •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운영부장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운영부장
▲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운영부장
▲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운영부장
올해 고3인 된 필자의 아들은 평일에는 11시 30분, 토요일에도 6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심지어 일요일도 한 달에 한 번만 쉴 수 있어 우리 가족은 이 날을 ‘슈퍼 선데이`라고 부르고 있다. 모든 수험생들이 고생스럽게 거치는 과정이니 부모된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지만, 요즘 들어 아들의 전공 문제 때문에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 부부는 모두 이과 계통의 공부를 한 탓에 부모를 닮았으면 아들도 당연히 이과가 적성일 것이라 짐작하며 살았다. 다행히 아들도 소설읽기보다는 프라 모델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고2 때 주저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70년대 말에 고등학교를 다닌 필자는 베이비붐의 막차를 탄 세대이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시기, 우리 경제는 이른바 3저와 올림픽 특수가 있어 웬만하면 취직할 수 있었다. IMF 경제 위기 때에도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여 명퇴의 칼날을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필자와 동년배들은 여기저기에서 중견 역할을 하며 베이비붐 세대의 특권을 마지막으로 누리는 것 같다. 필자는 아들 세대에 이보다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수험생의 3분의 2가 이과였던 필자 세대보다 3분의 1로 줄어든 아들 세대에서 이공계 역할은 더 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 국가 경쟁력 유지에는 과학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현실의 개선 속도는 이러한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의 경우 40대 초반의 연구원 몇몇은 아직도 막내 소리를 듣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같은 연구원들이 하던 업무를 비정규 인력이 담당하고, 연구를 지원해주는 인력의 질과 양도 문제가 많다. 외국과 우리의 연구기관을 비교할 때 이러한 점이 연구성과의 질과 그 연속성에 큰 차이를 만드는 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주에는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수석 입학하고 수석 졸업한 한 젊은이가 의학계로 진로를 옮겨 큰 화제가 되었다. 과학자의 꿈을 키워 가던 이 학생은 창의성을 기대하기 힘든 실험실 풍토, 이공계 전반에 퍼진 조기 퇴출 공포, 군림하는 교수 등 이공계의 암울한 현실이 자신을 의학계로 옮겨가게 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의 자료를 보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이공계 박사의 수가 지난 4년간 63%로 감소하였다. 또 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중 대학원 재학생을 보면 해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의 수가 국내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수의 3배라고 한다.

물론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 주요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신규 채용 인원의 60% 이상과 총 직원 중 약 54%가 이공계 출신이라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10년까지 1만명 가량의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산업 현장과 연계된 맞춤형 교육을 받은 후 취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라의 살림이 어렵더라도 당장의 성과는 없지만 국가 과학 기술의 저변을 형성해 주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고, 성과를 채근하기 보다는 같이 고민하며 이공계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확대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들도 좋은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공계를 떠났던 수석 졸업생도 융합 기술을 찾아 다시 연구실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루라도 빨리 이런 변화가 생겨 필자의 아들도 자신이 이공계를 택한 것을 잘했다며 기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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