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추세는 나이가 든 기성세대뿐만이 아니라, 이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점차 보편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다.
신혼이지만 적어도 방이 서너 개 정도는 딸린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단칸방으로부터 결혼생활을 시작한 기성세대에게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듯하다.
서구의 주거형태로 알려진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지어진 것은 일제강점기로 서울 서대문의 풍전아파트, 적선동 근처의 내자아파트, 그리고 통의동, 삼청동에 지어진 공무원아파트 정도였다고 한다.
광복 후에는 1960년대 마포아파트가 지어져 성공을 거둔 이후, 아파트 신축이 급격한 증가를 이루게 되었는데, 서울 강남의 반포주공아파트를 시작으로 전국의 대도시에 수많은 아파트단지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그 수에서 단독주택을 앞지르고 있다 하니, 이제는 아파트가 우리의 보편적인 주거형태라 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닌 듯 하다.
아파트를 두고 서양인들의 합리성과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의 전통적 내지 보편적인 주택구조에 비하여 공간이 여유롭게 보일뿐만이 아니라, 냉난방의 편리함, 개인사생활의 보호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까닭에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는 당분간 늘어나게 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을 잘 때 사용하는 침실, 손님 등을 위한 거실,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식당, 그리고 화장실 등으로 각각의 역할에 따라 구역을 미리 정해놓고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단순화, 획일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어찌되었든 70년대 단칸방으로 출발하였던 요즘의 부모들이 볼 때는 얼마나 부러운 지금의 주거문화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신혼을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들이었다.
비록 단칸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출발을 하였지만, 이불을 깔게 되면 침실로, 밥상을 펴게 되면 식당으로, 방석을 깔고 다과상을 내놓게 되면 거실로, 심지어 청통이라 불리는 요강을 들여 놓으면 실내화장실로, 이와 같이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가족은 물론이고 대인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였으니, 참으로 창의성이 돋보이는 주거문화라 여겨지며, 공간의 부족함을 지혜로 극복한 훌륭한 모습이라 여겨진다.
지금 우리 자녀들이 너무나 획일적, 기계적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남을 배려할줄 모르고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걱정의 소리 또한 끊이질 않고 있다. 혹시 서구화되어가는 주거문화로부터 그것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지금의 아파트에 단칸방의 정과 지혜가 되살아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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