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를 앞둔 지난 11일 대전시내 곳곳에는 수북히 쌓여 있는 사탕 선물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화이트 데이를 겨냥해 특설 공간을 마련하는 등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나선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매달 14일‘○○데이`를 비롯해 달과 날을 이용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특정일을 정해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3월 14일‘화이트데이`, 2월 14일‘밸런타이데이`, 11월 11일‘빼빼로데이`등이 ‘데이마케팅`의 대표격이다.
유통업체들은 데이마케팅을 통해 매출 증진을 꾀하려고 무차별 광고를 일삼는 것은 물론 판촉 행사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유통업체들의 판촉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일각에선 과소비를 부추기는 업체의 상술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와 자영업자에게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특정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해 제품 홍보 및 할인판매, 경품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높이려는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데이마케팅이 유통업체에 꾸준한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에 대한 하나의 타개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특정일을 위한 할인행사 등도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데이마케팅의 원조격은‘밸런타인데이`라 할 수 있다. 유래에 따르면 3세기께 로마의 황제 인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의 전력 유지를 위해 법으로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지했다. 그러나 밸런타인이라는 사제가 이를 어기고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키다 들통이나 순교를 하게 됐고, 이날이 바로 269년 2월 14일이다. 498년 기독교회 측이 정식으로 2월 14일을 성 밸런타인의 날로 선포,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됐다.
이를 상술에 이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유명 한 제과회사에서‘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사랑고백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 밸런타인데이의 인기가 치솟자 이 제과회사는 초콜릿으로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날로 3월 14일 화이트데이 마저도 주장, 14일과 관련한 데이마케팅이 자리 잡게 됐다.
이후 1월 14일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예쁜 수첩과 꽃바구니를 선물하는‘다이어리 데이`가, 4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인‘블랙데이`가 됐다.
5월 14일은‘로즈데이`, 6월 14일은‘키스데이`, 7월 14일은‘실버데이`, 8월 14일은‘뮤직데이`, 9월 14일은‘포토데이`, 10월 14일은‘와인데이`, 11월 14일은‘뮤비데이`, 12월 14일은‘머니데이`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데이 마케팅`은 외식업체에도 이어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지난 3일은‘삼겹살데이`였다.‘3`이 두 번 겹치는 날이라고 해서‘삼겹살 데이`로 불리며 삼겹살을 먹는 날이 됐다. 이날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삼겹살(100g)을 900원대에 판매하는 등 판촉행사를 펼쳤다.
돼지고기와 관련한 데이마케팅은 6월에도 있다. 6월 6일은‘돼지고기 먹는 날`이라고 한다.‘고기 육(肉)`이 두 번 겹치는 날이기 때문에 돼지고기 먹는 날로 정해졌다. 또 9월 2일에는 돼지고기를‘구이(92)`로 먹는 날로 이날 역시 유통업체마다 돼지고기 판촉전에 열을 올린다.
닭고기와 관련한 데이마케팅도 있다. 9월 9일은‘구구 데이`로 닭을 불러 모을 때‘구구`라고 해 닭고기 먹는 날이다.‘구구`는 1월에도 적용된다. 1월 1일부터 99일째 되는 날인 4월 9일은 백일(白日)로 삼아‘화이트데이`라고 한다. 화이트데이에는 하얀 닭고기를 먹어야 한다는데서 나왔다.
생선과 관련한 데이마케팅으로는 해양수산부가 한국원양어업협회와 공동으로 지정한‘참치·삼치데이(3월 7일)`가 있다. 이 날에 앞서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90년대 중반 경남지역 여학생 사이에서 1숫자가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에 빼빼로를 교환하며 우정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빼빼로데이`를 비롯해‘초코파이데이`(10월 10일),‘에이스데이`(10월 31일),‘제크데이`(11월 12일) 등도 제법 알려져 있다. 데이마케팅에 대한 시선이 고운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데이마케팅은 젊은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어 이에 대한 피해사례도 적지 않다”며 “나이 어린 소비자들이 올바른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 화이트데이… 알뜰하게 고백해볼까
올해도 화이트데이를 겨냥한 지역 유통업체들의‘데이마케팅`이 한창이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명품화장품 선물제안전과 신사정장 해피상품전, 선물상품전, 캔디모음전 등을 진행한다. 1층 화장품 매장에서는 유명 향수 브랜드를 대거 선보이며 2층 영캐주얼 매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티셔츠, 점퍼, 니트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5층 남성의류 매장에서는 화이트데이 당일 하루에 한해 갤럭시, 로가디스, 지방시 등 봄 정장을 브랜드별(1명)로 10만원에 판매하며 카운테스마라, 바찌, 듀퐁에서는 셔츠를 5명에 한해 1만원에 판다.
더불어 2층과 7층에서 12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영화관람권을 14일까지 증정한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지하1층 식품관에서 `달콤한 사랑고백 화이트데이`를 열고 연인을 위하 사탕, 별자리 와인 등을 판매한다. 별자리성향과 포도품종의 성격을 결합한 별자리 와인은 18일까지 50% 할인한 가격으로 선보인다.
1층 보석 매장에서는 18일까지 구매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하며 2층 언더웨어 매장에서는 14일까지 7만원 이상 구매시 사은품을 준다.
백화점 세이는 다양한 기획상품전을 마련했다. 하트 복주머니를 비롯해 병캔디, 초콜릿 모음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바구니 모음도 마련해 인형사탕바구니 5000원, 꽃사탕바구니 3~5만원, 사탕바구니 8000원 등에 판매, 5만원 이상 구매시에는 무료배달 서비스도 진행한다. 또 지하1층 제과점에서는 한 사람만을 위한 화이트데이 케이크를 예약 주문할 경우 10% 할인혜택을 주며 화이트데이 제품을 3만원 이상 살 경우 화이트 초콜릿에 연인 이니셜을 무료로 써 준다.
대형마트도 매장별로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친다. 이마트는 화이트데이 페스티벌을 14일까지 열고 10% 에누리 행사를 갖는다. 또 기획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9개 구매시 1개를 무료로 주며 롯데, 크라운 등은 980원 한정 판매도 진행한다.
홈에버는 화이트데이 특별전을 통해 5000원 이상 구매시 경품행사를 진행, 추첨을 통해 5만원권 상품권과 향수를 선물한다. 홈플러스는 스위트 화이트 와인 벨라엠 등 고급 와인은 20% 할인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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