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예술은 사회적 보상도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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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예술은 사회적 보상도 안되나

  • 승인 2007-03-11 00:00
  • 신문게재 2007-03-12 20면
  • 변상형 미학박사변상형 미학박사
며칠 전 늦은 저녁,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격앙된 목소리에 뭔가 흥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를 이어 외진 곳에서 오로지 도예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였다. 툭 트인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고 간간이 들려오는 이웃의 절 풍경소리가 들리는 곳, 그 곳이 그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작업공간의 전부이다. 그는 그곳에서 자그마한 행복을 누려왔다.

하지만 작년에 그를 찾았을 때의 이러한 행복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단다. 이젠 시원스레 펼쳐진 들녘에, 토지보상 문제만 해결되면 곧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에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언뜻 들어보면 다른 재개발지역의 이주민과 동일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예술가로서 그동안 해왔던 작업의 사회적 의미와 결과에 대해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데 있었다.

철거보상 문제가 구체화되어 통보서를 받아보니, ‘영업보상’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 살아가는 작가들에게는 그 규정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금관계나 영수처리 흔적이 없기에 철거대상은 되어도 그 보상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관계 법조인을 통해 들은 사실로는 노점상도 같은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증인이 있으면 약간의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긴 하나 많은 액수를 보상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단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열악한 사회도 억울한데 영수증 처리가 되지 못하는 경제인구로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를 감수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예술의 가치와 작가의 활동에 대한 의미가 단지 작품의 생산과 경제적, 화폐적 환원의 의미 외에는 없으며 또 그에 대한 서류가 없으면 그마저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지, 작가의 작업공간으로서 보낸 시간의 의미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인지’하는 물음과 함께 결국 이 문제는 비단 작가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증인을 못 내세우고 증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러한 시대의 비극은 결국 내가 나의 가치를 나를 통해서는 확인받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수 밖에 없다.

문화예술이 삶의 풍요로움과 질을 결정 한다는 말을 구호처럼 앞세우는 시대에도 여전히 예술가의 삶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활동으로 치부 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이 모든 것의 가치를 판정할 수 없고, 사회를 구성하는 인적활동 영역의 어느 한 부분 가치 없는 것이 없듯이 한 가지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더 이상 이 사회의 모든 것을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억울함을 떠나 보다 문제의 근저가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예술가들이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기를 단순히 바라는 일에서 떠나 이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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