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운 깨달음이지만 우리 음식의 다양성과 과학적인 조리방법, 영양가, 모양과 빛깔 등은 그동안 우리 음식의 아름다움과 가치 표현과 전파에 무심했음을 느끼게 한다. 평범한 재료가 만들어 내는 탁월한 맛과 태깔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제대로 담아내기 그리 수월하지 않다. 더구나 지명도나 연기력, 순발력 등에서 일반인에 비하여 위험부담이 적은 탓인지 연예인들로 채워지는 게스트들의 표현력이 음식의 느낌과 맛을 적절히 나타내지 못해 화면앞의 시청자들은 자못 답답하다. 시각의 즐거움을 더해줄 청각상의 온전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력이 탁월한 연예인이라면 표정만으로도 요리의 맛과 자신이 체험한 미각의 오묘함을 드러낸다지만 다채롭고 오묘한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데 지극히 제한된 어휘와 진부한 감탄문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담백하다, 쫄깃하다, 씹는 맛이 살아있다 등 한정되고 반복되는 소수의 단어나 문장으로 그 넓고 깊은 맛의 세계를 어찌 전할 것인가. 물론 화면에 클로즈 업으로 비치는 음식의 모양과 질감, 분위기로 시청자 각자가 나름대로 체감할 터이지만 귀로 들리는 시식품평 멘트의 옹색함은 그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출연 연예인들에게 감칠맛 나는 우리말 표현과 어법, 단어를 녹화전에 교육시켜야 하지 않을지.
연예인들만 그러한 것도 아니다. 맛집 탐방 프로그램에서는 일반고객들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대며 맛이 어떠한가를 묻는데 이 또한 궁색한 반응은 매한가지다. 끝내준다거나 죽인다, 짱이다, 묻지말라는 등 세속 표현이 주류를 이루고 역시 담백, 구수, 쫄깃, 시원, 칼칼 등의 펑범한 단골어휘가 대부분이다. 콩나물 해장국과 선지 해장국 그리고 황태 해장국 맛이 어찌 같은 “시원하다”라는 말로 동일시 될 수 있을 것인가. 색깔이나 맛표현에 있어 다른나라 언어에 비하여 특별한 섬세함과 다양한 뉘앙스가 두드러지는 우리말이건만 언제부턴가 이 방면 언어생활에서만큼은 무디어지고 차별성없이 무감각으로 치닫고 있지는 않은가.
과거 밥상에서 대화자체를 금지하고 그저 묵묵히 빠르게 음식먹기에만 열중하도록 강요받았던 기억의 흔적인지 음식의 특성을 개성적으로 표현하는 기술과 분위기에는 한참 뒤져있다는 느낌이다. 서양, 특히 유럽사람들이 식탁에서 늘어놓는 화려하고 호들갑스러운 수사법의 찬사와 품평은 그 자체로 음식맛을 돋구어주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 요리에 대한 노코멘트와 식탁에서의 침묵을 가장 매너없는 태도로 여기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눈여겨볼만 하다.
자신의 감정을 살갑게 나타내지 못하는 표현력, 어휘력 부족은 비단 입시위주의 학교교육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데서 얻는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봉건사회에 이어진 오랜 군사문화 시대의 잔재인 경직성, 통일적 획일성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가 주는 부정적인 인식 등 복합요인으로 오늘날 우리는 화려한 밥상을 앞에 놓고도 영세하고 빈약한 느낌 표현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아이들에게라도 정확하고 개성있게 감정표현을 드러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각과 느낌을 적절하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주자. 맛있다면 어떤 맛인지, 달콤하다면 다른 어떠한 경험과 비슷한지를 풍성한 상상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도록 지도하자. 가령 “솜사탕같이 달콤하다” 라든가 “고양이 털처럼 부드러운 맛” 같은 초보적인 감각표현에서 시작하여 독서와 구술훈련 등을 통하여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음식과 맛에 대한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표현력 함양교육은 긍정적인 삶, 아름다운 사회로 인도하는 소박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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