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이런 한(恨)의 일부는 해소되었다. 즉 해방 이후 지역적인 소외가 해결된 선거가 97년이라면 미흡하지만 계급적이고 세대적인 차이가 해소된 선거가 2002년의 선거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이제 앞으로의 대선만큼은 더 이상 주류 세력의 판도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왕의 목을 치지는 못하였으나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기술정보 혁명과 세계화된 금융 무역 시스템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역사적 흐름으로 볼 때 몇 가지 의제에 대한 선점과 이미지 관리는 필수적이다.
여기서 그 비밀을 살짝 공개해 본다. 그 하나는 과거의 문제로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 즉 분단에 대한 문제이다. 즉 남북 관계와 그 해결 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후보의 이념이나 호불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통일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흡족하게 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것으로 이미 전지구적으로 복잡하고 어렵게 얽혀 있는 금융 무역 문제에 대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이 미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버렸다. 70년대 식의 개발 논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현실에 비추어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미래 비전과 의제를 내놓아야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의 문제이다. 갈등이 생기면 부자건 가난뱅이건 목사건 교수건 간에 정당한 토론과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끝장을 보려는 이런 소모적인 문제 해결의 방식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대선에서부터 이런 문제를 눈치보지 않고 용기 있게 거론하고 모범을 보일 수 있느냐? 게임에 함몰하지 않고 게임의 법칙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지혜와 용기가 있느냐? 이런 것들이다. 관전은 점점 더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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