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대전팔경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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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대전팔경을 아십니까?

  • 승인 2007-03-04 00:00
  • 신문게재 2007-03-05 20면
  • 구본철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구본철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1990년대 초반, 약 10여 년 전에 독일과 네덜란드에 유학생으로 머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일이 있었다. 지금은 대전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 문화적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편이지만 아직도 한 가지 부러운 것이 남아 있다. 그 세 가지는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매장, 광활하게 펼쳐진 잔디밭과 천변의 자전거도로, 그리고 밤 10시만 되면 상가의 불이 꺼지고 내일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여유로운 생활습관이었다. 앞의 두 가지는 대전도 문화수준이 비슷해졌는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로움을 찾기 힘든 것은 한국인의 국민성 때문이라는 핑계로 돌릴 수밖에 없다.

유학시절에 경험한 대형 매장은 생필품보다 나무, 공구, 재료 등이 규격화 되어 개인의 생각대로 만들고, 조립하고, 자기만의 개성 있는 공간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꿈의 매장이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은 자녀와 함께 뚝딱거리고 만들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획일화된 완제품과 일시적인 인스턴트 제품이 편리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의 톱니바퀴 속에서 나의 존재가 무시되는 허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대 하천의 정비가 잘되어 이제 대전도 주말이면 자녀와 함께 축구공을 들고 나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많은 시민들이 하천을 끼고 조깅을 하거나 가족끼리 모여앉아 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문화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향유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주말이면 쉬고싶어하는 가장들의 생활습관이나 일주일 내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해야 하는 한국의 일상구조 때문일 것이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일이 야간작업이었다. 일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밤을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한국의 현실인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일주일에 하루는 가족을 위해 쓰기로 하고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우선 대전팔경을 돌아보고 주변의 산과 강을 둘러보고 있다.

식장산, 계족산, 구봉산, 보문산, 장태산, 모두 명산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밧줄을 타고 오르는 구봉산의 암반등반과 하늘을 찌르듯 높이 솟은 장태산의 나무숲은 아들녀석에게 짜릿한 기억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 늘 다니는 엑스포 공원과 유성온천이지만 하루를 잡아 직접 걸어서 돌아보고, 판암을 넘어 있는 대청호의 수몰지구에서 보트를 타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참 귀중한 시간이다. 만사를 잊고 자연 속에 묻혀 삶의 행복을 맛보는 자연인으로서의 하루는 더욱 귀중하다. 주말나들이가 월요병의 원인이 아니라 일주일을 정리하는 휴식이 될 때 이미 웰빙(참살이)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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