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리 안떠나기도
“남편 실직” 읍소까지
대전1,2산업단지에 있는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소위, 3D업종이라는 이유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아 나이와 학력 등 조건없이 채용공고를 냈었다. 일주일 후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들고 찾아왔다. 지원서류를 접수하자마자 실직한 후 이혼까지 당했다면서 절박하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A씨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채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이웃 회사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실직자들이 온갖 딱한 사연을 들먹이며 일자리를 찾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하며 직장을 얻으려는 구직자들로 인해 직원을 찾고있는 일부 회사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업체마다 업무와 관련한 기술이 있거나, 젊은 사람을 채용하려 하지만 구직자 상당수가 연령이 많은데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동정심만을 자극하려 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대덕구 대화동 산업용재단지내 모 업체의 경우 지난달 초 직원 한 명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둬 채용공고를 냈다. 웬만하면 지인들을 통해 뽑으려 했지만, 혹시나 해서 ‘직원 구함` 전단지를 몇 군데 붙였다. 얼마후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찾아온 것이다. 30대 직원을 채용할 방침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그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 `자녀가 세 명이나 있는데 마땅한 직업이 없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업체 대표는 “황당한 생각도 들었지만 사연을 듣다 보니 안타까웠다.”며 “1시간 동안 설득 끝에 돌려보냈지만 왠지 씁쓸했다.”고 말했다.
대덕구에서 음식 유통업을 하는 B씨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주문량이 늘어 직원 두 명을 뽑았다. 이중 한 명은 30대 주부다. 이 주부를 채용할 때를 생각하면 B씨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읽었는데, ‘남편이 실직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몇 번이나 반복됐다. 궁금해서 면접을 봤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폐업하면서 몇 달간 수입이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던 것이다. B씨 자신도 여성이라 사연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결국 채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B씨는 “직원 상당수가 여성이지만 면접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구직하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며 “반신반의했는데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