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폭탄주(爆彈酒)망국(亡國)

▲ 이은웅 충남대 교수

높은 자리에 있거나 권력의 핵심(核心)에 있는 사람 중 일부(一部)와 돈께나 있는 일부 사람들의 음주문화(飮酒文化)에 폭탄주(爆彈酒)라는 것이 있다. 맥주(麥酒)에다 고급(高級) 양주(洋酒)를 타서 마시는 술을 말한다. 독(毒)한 술을 빨리 마시기가 어려우니까 마시기 부드럽고 빨리 취(醉)하기 위해 마시는 국제(國際) 특허(特許)감의 창조적(創造的)인 술이다.

폭탄주를 마실 기회(機會)가 몇 번 있기는 하였으나 과음(過飮)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나는 스스로 만들어 보지 않았고 만드는 법을 많이 보지 못했다. 하지만 폭탄주를 마시는 분위기(雰圍氣)가 호기(豪氣) 피우는 자리라서 만드는 법(法)과 행동(行動)이 다양(多樣)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폭탄주를 마시는 것이 정서적(情緖的)으로나 생리적(生理的)으로 거부감(拒否感)을 갖고 있다. 나는 돈 없고 권력(權力)없는 선생(先生)만을 평생(平生) 해서인지 속상한다고 술 마시는 것도 이해(理解)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술 마신다 해서 속상한 일이 해소(解消)되는 것 아니고 오히려 정신적(精神的)으로 피폐(疲弊)해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나의 생각을 누군가가 인생(人生)을 기복(起伏)없이 산 선생이라서 삶의 폭(幅)이 좁고 포용력(包容力)이 작아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술 마시어 속상한 일을 해소하려 한 적이 없는 것을 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폭탄주 마신다고 기분(氣分)이 더 좋아 질이 없으며 과음(過飮)해서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폭탄주를 개인(個人)의 주량(酒量)에 관계없이 책임량(責任量)으로 마셔야 하는 분위기(雰圍氣)가 내 눈에 좋게 보일리가 없다.

앉아있는 좌석(坐席) 순서(順序)대로 돌려가며 받아 마셔야 하는 술잔을 걸러뛰게 하자니 취흥(醉興)을 깨는 것 같고 받아 마시자니 건강과 내일(來日)이 걱정된다. 게다가 어느 정도 고조(高調)된 분위기에서 알딸딸해지면 나만이 대인(大人) 반열(班列)에서 졸장부(拙丈夫)로 떨어지는 기분(氣分)이 싫어 거부(拒否)하지 못하고 받아 마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술을 축하(祝賀)하거나 정(情)을 나누기 위해서 또는 음식(飮食)의 맛을 돋우기 위해서 마시게 되면 좋을 것 같고 기분(氣分) 좋아서 마시고 즐거움을 더 하기 위해서 마시는 거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더불어 사는 부드러운 사회(社會)를 만드는 생각을 하며 순(順)한 술과 독(毒)한 술을 섞고 싼 술과 비싼 술을 섞으면서 돈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들 사이에 나눔의 중요성(重要性)을 익히는 것이라며 폭탄주를 미화(美化)하는 억지 주장(主張)이라도 한다면 애교(愛嬌)로 보아 줄 수는 있다.

그런 것도 아니고 오르지 취하고 호기부리기 위해서 그 술좌석(座席)에 참석한 모두에게 선택권(選擇權)도 주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은 그 술이 동질감(同質感)을 갖게 하고 일체감(一體感)을 갖게 한다 하더라도 민주적(民主的)이지 못한 독재문화(獨裁文化)이고 건강(健康)을 해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나는 싫어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명석(明晳)한 두뇌집단(頭腦集團)이나 가장 강(强)한 정신력(精神力)이 요구(要求)되는 조직원(組織員)들이 선호(選好)하고 있다면 그것은 망국적(亡國的)인 일로 까지 걱정된다.

다행(多幸)히도 서민(庶民)들은 물론이고 대다수(大多數)의 국민(國民)이 폭탄주를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쓸 데 없을 수도 있는 우려(憂慮)를 하는 것은 술을 즐기고 건강과 건전(健全)한 음주문화를 위해서 폭탄주를 즐기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께 폭탄주를 마시는 것이 별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님을 알려 삼가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비싼 양주(洋酒)가 부담(負擔)이 되어 소주(燒酒)로 폭탄주를 흉내 내려하는 것은 초라하기도 하려니와 다음날 머리만 아플 뿐이니 삼가기를 권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