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무관심하게 덤덤하게 살아가는 심씨네 가족 이야기. ‘고개 숙인’ 아빠, 자신에게 관심 없는 식구들 밥해 먹이다 악밖에 안 남은 엄마, 세상만사가 미스터리한 딸, 원조교제하는 소녀를 짝사랑하는 아들, 무협작가 행세하며 더부살이하는 이모. 밥상 앞에 앉았을 때를 제외하면 눈길 한번 안 주고 제 갈 길 가던 이 가족에게 어느 날 뜻밖의 위기가 닥친다.
영화에는 ‘달의 뒷면’이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달은 자전하면서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데 자전과 공전의 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달의 뒷면에 사실은 비밀 구조물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비주얼로 보여주면서, 밥상에 앉은 주인공들의 뒤통수까지 카메라로 비춘다. 가장 가까우면서 그 이면을 모르는 존재. 지구와 달이 그렇듯 가족도 그렇다. 속도 모르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참견하려 들지 말고, 그저 ‘덤덤하게’,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살면 ‘좋지 아니한가’하고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까지 덤덤해서야 곤란하다. 관습을 넘어서는 설정과 생생한 캐릭터는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각각의 사건을 잇는 구심점이 없다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대중예술 장르의 가장 큰 미덕인 ‘재미’와 극적인 스토리 전개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도 아쉽다. 삼키기에 너무 쓰지도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그저 그런 밍밍한 영화가 돼버렸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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