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낚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낚다

‘희망을 찾아서’ ‘훌라걸스’ 이번주 나란히 스크린 올라

  • 승인 2007-03-01 00:00
  • 신문게재 2007-03-02 11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미운오리새끼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 백조가 된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그게 실화라면 감동은 더 크다. 지금 내 손에 쥐지 못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으니, 앞으로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번 주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실제 이야기들이 스크린에 나란히 오른다.

‘희망을 찾아서’와 ‘훌라걸스’다. 두 편 모두 ‘하면 된다’는 뻔한 이야기지만, ‘행복을 찾아서’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을, ‘훌라걸스’는 가족의 사랑과 끈끈한 유대를 솜씨 있게 담아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라고 전체관람가다. 역시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뛰고 또 뛰어라… 성공을 위해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 영화로
가슴 뭉클한 한 아버지 이야기


■행복을 찾아서 - 출연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뛰고 또 뛴다.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를 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면접시험을 보려면, 아들과 함께 있을 방을 마련하려면 뛰는 수밖에 없다. 가진 건 없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뜀뛰기는 씩씩하다. 건강하다.

집세는 밀리고 차는 견인되고 아이의 보육비마저 외상 해야 하는 궁핍한 처지. 결국 아파트에서 쫓겨난 크리스는 아들의 손을 잡고 화장실 창고 역 등을 전전한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에 선 심정이지만 아들에겐 늘 희망을 잃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 말은 정작 자신에게 들려주는 얘긴 아닐지.

영화는 좀처럼 ‘불행 끝, 행복 시작’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들이 ‘불행은 그만’ 할 때쯤, 피눈물나는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순간의 눈물을 보여 줄 뿐이다.


크리스 가드너는 빈털터리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성공해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 회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 영화는 크리스의 실제 성공담을 담지만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노숙자가 되고 새 직장을 구하는 짧은 시기만을 선택해 리듬감 있게 구성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상투성을 버린 덕에 영화도 단순한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한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크리스 부자가 처음 노숙을 할 때. 놀이를 제안하고 공룡을 피해 숨자며 화장실로 들어간 크리스는 아들을 끌어 안고 문을 잠근다. 밖에서 두드려도 열지 못하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대목은 ‘자식에게 눈물을 보일 수 없는’ 우리 아버지 모습 그대로다.

초반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 기다리면 벅찬 감동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가지. 아버지를 기억하라.


훌라춤에 담긴 ‘사랑의 몸짓’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수작
생생한 현실감 연출력 돋보여


■훌라걸스-출연 : 아오이 유우, 마쓰유키 아스코

폐쇄 위기에 놓인 검은 빛의 탄광촌. 훌라춤을 추는 무희들의 밝고 화려한 의상. 극단의 대비는 감정까지도 몰아친다. 명랑하면서 진지하고 울컥하면서 신명난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훌라걸스’는 절망에 싸인 탄광촌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수작이다.

하와이안 댄서 모집에 응한 사나에와 키미코. 탄광에 목 매고 살아 온 부모들이 탄광을 닫고 온천을 만든다는 데 찬성할 리 없고, 온천장에서 일하는 춤꾼이 되겠다는 딸을 받아줄 리 없다. 소녀들은 부모 몰래 도쿄에서 온 훌라댄스 교사에게 춤을 배운다.


발랄한 젊은이들이 어른들 눈엔 엉뚱하기 만한 일에 도전하고, 반대와 실패에 부딪혀 가면서 성장을 한다는 스토리는 청춘영화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훌라걸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인생역정을 겹쳐놓는 것이다. 청춘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시금털털하다. 이상일 감독은 감정의 포인트를 제대로 포착한다. 비록 시금털털할지언정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기에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60년대 탄광촌의 잿빛 풍경, 부모의 눈가 주름에 밴 삶의 땀내, 가족애 같은 정서들은 한국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데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하늘과 대화하기 위해 손짓, 몸짓으로 달 별 사랑 눈물 등의 언어를 만들어낸다는 훌라춤이 진짜 주인공. 갈등의 주범이자 종국에는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이 훌라춤이다. 아오이 유우가 선생님에게 보내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같은 몸짓들은 왜 하필 훌라춤인지 가슴으로 전달한다. 아오이의 매력만으로도 2시간이 금방 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