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아서’와 ‘훌라걸스’다. 두 편 모두 ‘하면 된다’는 뻔한 이야기지만, ‘행복을 찾아서’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을, ‘훌라걸스’는 가족의 사랑과 끈끈한 유대를 솜씨 있게 담아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라고 전체관람가다. 역시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뛰고 또 뛰어라… 성공을 위해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 영화로
가슴 뭉클한 한 아버지 이야기
■행복을 찾아서 - 출연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뛰고 또 뛴다.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를 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면접시험을 보려면, 아들과 함께 있을 방을 마련하려면 뛰는 수밖에 없다. 가진 건 없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뜀뛰기는 씩씩하다. 건강하다.
집세는 밀리고 차는 견인되고 아이의 보육비마저 외상 해야 하는 궁핍한 처지. 결국 아파트에서 쫓겨난 크리스는 아들의 손을 잡고 화장실 창고 역 등을 전전한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에 선 심정이지만 아들에겐 늘 희망을 잃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 말은 정작 자신에게 들려주는 얘긴 아닐지.
영화는 좀처럼 ‘불행 끝, 행복 시작’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들이 ‘불행은 그만’ 할 때쯤, 피눈물나는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순간의 눈물을 보여 줄 뿐이다.
크리스 가드너는 빈털터리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성공해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 회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 영화는 크리스의 실제 성공담을 담지만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노숙자가 되고 새 직장을 구하는 짧은 시기만을 선택해 리듬감 있게 구성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상투성을 버린 덕에 영화도 단순한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한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크리스 부자가 처음 노숙을 할 때. 놀이를 제안하고 공룡을 피해 숨자며 화장실로 들어간 크리스는 아들을 끌어 안고 문을 잠근다. 밖에서 두드려도 열지 못하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대목은 ‘자식에게 눈물을 보일 수 없는’ 우리 아버지 모습 그대로다.
초반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 기다리면 벅찬 감동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가지. 아버지를 기억하라.
훌라춤에 담긴 ‘사랑의 몸짓’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수작
생생한 현실감 연출력 돋보여
■훌라걸스-출연 : 아오이 유우, 마쓰유키 아스코
폐쇄 위기에 놓인 검은 빛의 탄광촌. 훌라춤을 추는 무희들의 밝고 화려한 의상. 극단의 대비는 감정까지도 몰아친다. 명랑하면서 진지하고 울컥하면서 신명난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훌라걸스’는 절망에 싸인 탄광촌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수작이다.
하와이안 댄서 모집에 응한 사나에와 키미코. 탄광에 목 매고 살아 온 부모들이 탄광을 닫고 온천을 만든다는 데 찬성할 리 없고, 온천장에서 일하는 춤꾼이 되겠다는 딸을 받아줄 리 없다. 소녀들은 부모 몰래 도쿄에서 온 훌라댄스 교사에게 춤을 배운다.
발랄한 젊은이들이 어른들 눈엔 엉뚱하기 만한 일에 도전하고, 반대와 실패에 부딪혀 가면서 성장을 한다는 스토리는 청춘영화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훌라걸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인생역정을 겹쳐놓는 것이다. 청춘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시금털털하다. 이상일 감독은 감정의 포인트를 제대로 포착한다. 비록 시금털털할지언정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기에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60년대 탄광촌의 잿빛 풍경, 부모의 눈가 주름에 밴 삶의 땀내, 가족애 같은 정서들은 한국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데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하늘과 대화하기 위해 손짓, 몸짓으로 달 별 사랑 눈물 등의 언어를 만들어낸다는 훌라춤이 진짜 주인공. 갈등의 주범이자 종국에는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이 훌라춤이다. 아오이 유우가 선생님에게 보내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같은 몸짓들은 왜 하필 훌라춤인지 가슴으로 전달한다. 아오이의 매력만으로도 2시간이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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