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운 문양목 선생의 독립정신을 생각하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론]우운 문양목 선생의 독립정신을 생각하며

  • 승인 2007-02-28 00:00
  • 신문게재 2007-03-01 21면
  • 최재학 문인우운 문양목선생최재학 문인우운 문양목선생
▲ 최재학 문인우운 문양목선생
▲ 최재학 문인우운 문양목선생
‘단군이 나실 때 탄생한 조선이요/기자가 건너온 후 장성한 조선이라/조선하 네 아무리 나를 버리려 한들/뼈끝마다 감겨있는 깊은 정을 차마 어이.’ (대한인국민회의 기관지 신민일보 1911년 4월 16일자에 발표된 문양목 선생의 시 ‘조선의 혼’)

3·1절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건만 반짝 세일하듯 독립과 우국열사를 운운하다가 다음날이면 정치와 부동산 얘기로 쫓기듯이 밀려나 버리며 새로운 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는 소식은 접할 수조차 없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문양목 선생이 청년시절까지 우리 마을에서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서인지 전혀 듣지 못했는데 90년대 중반에야 독립장이 추서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선생은 태안 몽산포 바닷가의 빈농에서 태어나 고기잡이와 농사일을 하면서도 학문을 닦아 시문에 능했고, 항상 새로운 사조와 지식을 갈망하던 차 만민평등 사상이라는 동학에 심취하게 됐으며, 동학혁명이 발발하자 북접(北接)의 중심지인 태안지방을 휩쓴 관군에 체포됐으나 죽음 직전 탈출해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도 고향도 하나뿐인 여식과 조국도 버리고 오직 독립운동에만 일생을 바친 크나큰 공적이 독립운동사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는데도 근래에 와서야 그 공적을 인정받았으며, 지자체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다.

선생은 도피생활 중 청운의 뜻을 품고 하와이 사탕수수밭 근로자로 도미하여 1907년 항일단체인 대동보국회중앙회장과 기관지인 대동공보사 사장으로 선임돼 한인의 지위향상과 항일의식을 고취했다. 이듬해에는 을사조약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스티븐스의 악의에 찬 기자회견에 분노하여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그를 저격한 장인환과 전명운 두 열사의 구명과 석방운동을 주도했다. 스티븐스 사건을 계기로 대동보국회는 안창호가 조직한 미주지역 최대의 한인조직인 공립협회와 통합하여 조국독립을 기본목표로 대한인국민회를 조직하면서 선생은 초대총무와 1911년에는 2대 회장에 선임돼 헌장을 제정하고 임시정부로서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미주지역 단일 기구로 한인의 생명과 재산보호 등 총영사관의 임무를 수행했다.

1909년에는 박용만이 설립한 한인 소년병학교와 대한인국민회가 주관하는 청년병학원 등의 군가를 작사하고 모금활동을 펼치는 등 지원했으며, 1921년부터 7년간 국어학교를 개설해 교포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며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또한, 문필가로서 논설 19편을 비롯하여 ‘산지조종 태백산’ 등 여러 편의 명시를 발표했으나 오로지 조국독립과 애국애족으로 일관된 작품으로 보아 훌륭한 애국자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인으로서는 대동공보와 신민일보 등의 발행인으로 기관지를 간행함은 물론 이승만의 ‘독립정신’과 박용만의 ‘군인수지’ 및 ‘국민개병설’ 등을 출판하기도 했다.

선생은 순국할 때까지 근면과 검소를 생활신조로 노동자 공장종업원, 상점 점원 등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독립운동가로 교육자로 또 언론인과 문필가로서 큰 업적을 쌓았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고국에 연고가 없고, 특히 대한인국민회의 해체에 이승만과의 불화, 이승만의 정적이었던 신흥후와 박용만의 절대적 후원자였으므로 혹여 자유당 정권에서 그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아 오랫동안 감춰진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은 결혼 3년 만에 떠난 도피생활 와중에서 여아를 분만하며, 부인과 사별하고 미주로 망명하면서 떠돌던 딸 필원은 배재학교 교장인 신흥우(전 대학체육회장)에 맡겨져 뒤늦게 신학문을 받을 수 있었다. 필원도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화학당 재학시 유관순을 친동생같이 보살피며 독립운동을 심화했기에 유열사가 독립만세를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선생의 기념사회가 구성되어 추모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지자체에서 지원을 표명함으로써 선생의 고귀한 독립정신과 애국애족 정신을 되찾는 기념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정부에서도 점차 희석되어가는 국가관의 확립과 나라사랑의 기본이 되는 애국지사들을 발굴하고 기리는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현장에서도 어린이들이 독립운동의 이야기에 주먹을 불끈 쥐는 경험을 갖게 될 때 참다운 애국심이 솟아날 것이며 우리 또한 3·1절 하루라도 옷깃을 여미고 선열들을 생각한다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열사들의 고혼도 편안히 영면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큰 기도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