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감시 당하는 사회, 프라이버시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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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감시 당하는 사회, 프라이버시 없는 사회

  • 승인 2007-02-26 00:00
  • 신문게재 2007-02-27 20면
  • 박종찬 고려대 교수박종찬 고려대 교수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하던 중 정보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였다. 같이 갔던 일행이 옆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한국에 있는 부인의 위치 추적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휴대폰에는 강남 삼성동의 지도가 나타나고 부인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실시간으로 정확히 부인의 이동이 추적 가능한 서비스를 부인 동의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아이들까지 포함해 서로의 위치가 추적되는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 한다는 학문적 호기심으로 7년 전부터 개인정보보호와 경영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오면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프라이버시의 침해 가능성을 익히 알고 있는 필자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인 일본에서도 실시간으로 한국내 특정인의 위치추적이 가능한, 아니 감시도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아니 “무서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란 영화에서 흑인 주인공이 첨단 첩보 위성과 위치추적 장치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던 장면이나, 톰크루즈가 백화점의 CCTV 카메라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눈동자를 일본 사람의 눈동자와 바꿔 끼워가면서 도망 다니는 “마이노리티 리포트”의 배경이 되는 2030년이 아닌 2007년 오늘의 상황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면 감시의 눈이 하루 온종일 붙어 다닌다. 아침에 출근길의 엘리베이터에서, 지하주차장에서, 교차로와 도로의 곳곳에서 감시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 회사의 출입문을 통과할 때는 물론이고 컴퓨터를 켜면 쿠키를 통해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상에서의 나의 움직임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기밀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사원의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도청하여 개인의 사생활은 없다.

은행에 가서 현금인출기 앞에 서면 조그만 렌즈가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고, 백화점에 가도, 공원의 공중화장실에 들러도 몰래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누군가의 휴대폰 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찍혀 인터넷에 떠돌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새로운 서비스로 등장한 LBS 서비스(위치기반서비스)와 RFID(전자태그)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는 “빅부라더(Big Brother)” 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이 개인을 감시하는 “리틀부라더(Little Brother)”까지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몇 년 전에 한 번 사용했던 대리운전 회사에서는 매일저녁 휴대폰으로 광고를 보내오고, 백화점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수시로 옷을 사라고 휴대폰에 메시지를 보내온다.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는 사업자의 증가와 더불어 개인정보 오?남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보화 및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경제적 효율성의 증대 이면에는 개인정보의 남용 및 침해에 따라 정보이용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접속 및 전자상거래 이용에 대한 욕구를 저하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정보화를 지연시켜 사회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침해라는 정보화의 역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정보보호 기술이 발달하여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법이 강화되고 정책적으로 노력을 쏟는다 하더라도 사회전체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식수준의 향상 없이는 개인정보보호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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