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단절의 비극 ‘찰나의 희망’

  • 문화
  • 영화/비디오

소통단절의 비극 ‘찰나의 희망’

■바벨 - 출연 :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퍼즐맞추기식 연출… 매력적이고 재미 넘쳐

  • 승인 2007-02-22 00:00
  • 신문게재 2007-02-23 11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모로코의 황량한 사막. 양치기 압둘라는 양들을 공격하는 재칼을 잡기 위해 친구에게서 장총 한 자루를 산다. 총을 가지고 티격태격하던 압둘라의 두 아들은 관광버스를 향해 총을 발사하고, 총알은 남편 리처드(브래드 피트)와 함께 모로코를 여행하던 수잔(케이트 블란쳇)의 어깨를 관통한다.

한편 리처드와 수잔의 아이들을 돌보는 멕시코인 아멜리아(애드리아나 바라자)는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다. 하지만 수잔의 부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조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다.
일본. 청각장애 소녀 치에코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외면에 마음의 상처가 커져간다.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자유분방하게 분할된 시간과 이미지의 조각을 세심하게 짜맞춰 전 지구적 모자이크를 완성한다. 도무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세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 하나로 맞물린다.

치에코가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듯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소통의 장애를 겪는다. 인종이 다르다고, 문화가 다르다고 이해를 거부하는 우리 마음의 벽은 그 얼마다 단단하던가. 제목 ‘바벨’, 바벨탑은 소통의 장애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는 현대 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복잡한 구성,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느껴지겠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냐리투 감독은 소통의 단절이 빚는 비극을 세밀하게 이어 붙이면서도 진심이 통할 때 만들어지는 작은 기적을 끼워넣는다. 어머니의 자살을 입 밖에 내지 않던 치에코는 아무 말없이 아버지에게 다가가 품에 안긴다. 그렇다. 희망은 찰나에 빛난다.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18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