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모든 위생관리 시스템(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도입은 필수다. 어렵게 거금(?) 3000만 원을 들여 직원 2명을 대학에서 교육받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랜 교육기간을 거쳐 직원들이 기술을 취득해 본격적인 활용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이 회사를 그만뒀다. 알고 보니, HACCP 기술이 필요한 타회사로 이직한 것이다.
A 대표는 “기술터득을 위해 믿고 직원들에게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감뿐”이라며 “앞으로는 함부로 연구기술개발에 투자하기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A 대표를 비롯한 적잖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연구·기술개발 투자를 앞두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빠듯한 중소기업 자금사정에도 불구, 어렵게 결심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사직하면 그동안의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물거품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쟁회사의 기술자로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전1,2산업단지 모 제조업체 B 대표는 “나이가 들어 믿던 직원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려고 시간과 돈을 썼는데, 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그만뒀다”라며 “얼마 후 그 직원이 경쟁업체 기술자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 많은 후회를 했다”고 털어놨다.
보다 정교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기업 내 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연구소에서 익힌 기술로 독립하거나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사례까지 빈발해 연구·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속출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기관으로부터 자금과 인력 지원을 받아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직원의 이직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기술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 관계자는 “중소기업 간 경쟁이 심한데다, 대기업들까지 암암리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업체 자체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외에 뾰족한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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