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숙 유성초등학교 교사 |
오랫동안 교직에서 고생하셨으니 이제 퇴임을 하시고 여행도 마음대로 하시고, 편히 쉬시라고 축하를 해 드려도 될 텐데, 자꾸만 숙연해졌다. 60평생에 40년이 넘는 교직 생활, 그 모든 추억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자리였다.
“당신은 이런 분이셨습니다……”
송시를 연습할 때에도 괜히 눈물이 나서 끝까지 한 번에 읽어 내리지도 못했는데, 선생님들을 뵈니 마치 내가 떠나기라도 하는 냥 울컥 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앞으로 가려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요, 심화자 선생님! 제가 아는 당신은 항상 밝은 얼굴로 나이를 잊고 사셨지요. 선생님은 만년 소녀이셨습니다. 지나가는 후배들을 큰 소리로 부르시곤 먼저 인사 건네시는, 시원한 농담으로 웃음 폭탄 만드시는 분위기 메이커이셨습니다.
선생님이 계시는 배구 코트는 언제나 우렁찬 응원으로 힘이 넘쳤고, 저희 젊은 사람보다 더 적극적이셨습니다. 북적거리는 급식실에서 학급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수저를 나누어주시며 등을 토닥여 주시고, 그 뒤에 선 저에게까지 맛있게 먹으라며 수저 쥐어주시던 선생님, 참스승의 모습은 이런 것이겠지요.
임헌원 선생님!! 선생님을 뵌 지 3년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학급 아이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의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1년을 더 계셨다면 1년 더 그렇게 하셨을 테지요.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가장 넓다는 우리 학교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셨지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며 몸소 실천하셨지요. 반짝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봉사 활동은 학급 아이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해서 밝고 아름다운 학급을 가꾸셨지요.
운동장을 바라볼 때마다 궂은 일 마다않고 추운 날에도 아이들보다 앞서 쓰레기를 주우시던 선생님 모습이 떠오를 것입니다. 떠나시는 선생님을 뵈면서 나도 저렇게 오랜 세월을 당당한 교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존경하는 두 분 선생님!! 퇴임 후에도 부디 건강하시길 빕니다. 사랑하는 후배 이영숙 올립니다.
그랬다. 두 분은 말보다 실천이 앞선 분들이었다. 아이들과 동거동락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후배들에게 언제나 자상한 아버지요, 따뜻한 어머니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천보다 말이 앞서고, 거짓말로 혹세무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보잘 것 없는 권력을 등에 없고 기세등등하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 후 온갖 감언이설로 윗사람의 눈을 흐리게 하거나 중상모략하여 진실되고 성실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 구렁텅이로 몰아가기도 한다.
아무리 대인 관계가 중요한 세상이라지만 교육에서만큼은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보다 성실한 사람이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상품을 팔거나 영업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겠지만, 교육계에서 사회성 영재(?)란 분들이 판치는 것은 곤란하다. 퇴직하는 심화자, 임헌원 선생님처럼 진실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동료를 감쌀 줄 아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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