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생각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수 많은 것들을 감각하면서 살아갑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고 또 촉감으로 감각하면서 말입니다. 헌데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제 각각인 것같습니다.
얼마 전, 내리던 눈발을 보며 저희 집 막내 녀석은 친구들과 눈 싸움할 생각에 기뻐 어쩔 줄 모르더군요. 저만 해도 다음날 출근 길을 생각하면서 걱정이 앞섰는데요. 이렇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을 바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이나 사건이나 사람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혹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할 때, 바로 그 받아들이고 판단한 내용이 생각이라는 것이지요. 육감도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부분 오감을 통한 감각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분은 아시다시피 기쁘거나 즐겁거나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이런 것들이겠지요. 좋은 기분이야 좋은 것이니까 굳이 제가 관심을 덜 가져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좋지 않은 기분은 제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좋지않은 기분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불안, 우울 그리고 분노입니다. 안정이 안된다던가 기분이 가라앉는다던가 혹은 짜증이 난다던가 하는 것들도 바로 그 세 가지를 다르게 표현하는 말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생각과 기분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대개의 경우, 생각이 기분을 만든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내일의 출근 길이 걱정되면 불안해지고 눈싸움에 대한 기대는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같은 눈을 보고 서로 다르게 생각한 때문이겠지요. 즉, 기분이란 생각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사실을 감각하면서 생각 즉, 판단을 하게되고 그 판단에 의해 우리의 기분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해서 우리들 대부분은 나의 판단이 기분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처음 감각하도록 한 외부의 그 사실이 지금의 기분을 만들었다고 여깁니다. 예를 들면 눈이 오니까 기분이 좋은 것이고 눈이 오니까 기분 나쁜 것이지요. 누군가 새치기를 하니까 화가 나는 것이고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짜증이 납니다.
주변 여건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지금은 짜증도 덜 나고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곤란한 주변상황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기에 우울하고 화나던 기분이 나아졌을까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어떤 사실을 감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미 판단을 합니다. 그 판단의 내용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해 보입니다. 별 것 아닌 말에도 발끈해지거나 좋은 의미로 한 말에도 상처를 받곤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판단을 하게할까요? 물론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하지만 또 너무나 개인적인 경험들을 하고 살았습니다. 남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는 어떤 상황에서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우울해지거나 혹은 짜증이 잘 난다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겪었던 경험에 대한 내 생각이 가장 보편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경험을 돌아보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생각을, 그 판단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나를 보다 성숙하고 행복하게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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