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특구가 지역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 특구와 인접지역간의 정책적 협조나 문화적, 정서적 연대가 30년의 세월동안 쉽게 이루어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타난 문제점중의 하나는 최근 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들이 연구 단지를 벗어나 타 지역으로 이전해가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대전보다 더욱더 좋은 입지조건을 제시하여 이들을 유인하려는 타지방자치단체의 경쟁욕구가 문제이지만, 특구내의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의 활동들이 대전지역의 인적·물적 자원들과 공고하게 연결되지 못했고, 더 나아가 이러한 연계고리를 충분하게 만들지 못했던 우리지역의 책임의식과 노력부족이 더 큰 문제이다.
외국의 유명한 산업 및 연구 클러스터(cluster)들은 1970년대 공간적인 산업단지 개념에서 벗어나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입주하는 해당지역과의 문화적, 교육적, 생산적 연대구조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즉 산업단지는 해외의 유수한 기업들을 유인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조성될 수 있지만 문제는 기업들을 오랫동안 지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인센티브(incentive)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센티브는 지역대학, 정부, 주민들이 공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전제로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스톡홀롬시의 시스타(Kiesta) 지역에는 SONY, IBM, 노키아등의 유명한 모바일 기업들이 오랜 기간 동안 연구개발 투자를 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클러스터가 있다.
최첨단산업 및 연구 클러스터인 시스타의 경우 스톡홀롬대학이 주도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교육하여 대기업의 연구개발 과정에 투입시켜 핵심 인력군으로 만들었고, 클러스터내의 소규모 벤처창업을 스톡홀롬시 정부가 적극 지원하여 대기업의 연구개발 성과를 상품화하는 과정(RNDP: 연구개발 및 생산)을 담당함으로써 대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하여 기업의 이탈을 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덕연구개발 특구내의 중요한 기업과 연구기관의 이탈이 가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지역의 든든한 포위망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산업단지 유치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대덕특구의 경험을 고통스럽게 되새김질 해볼 필요가 있다.
거대한 기업과 연구기관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가 유리한 입지조건을 제시하고 세제혜택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정도의 조건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대학들을 통해 우수한 과학기술 및 산업인재들을 훈련하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재설계하고, 입주 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생산성 테스트를 사업화하는 소규모 지역기업의 생성하며, 필요한 응용기술을 공유하도록 하기위한 데이터체계의 구축· 활용, 기업과 지역주민간의 문화적·정서적 유대관계 형성하기 위한 지역의 단합 프로그램이 더욱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지역에 조성될 산업단지는 민·관 모두의 주인의식을 통해 성공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체감되는 지역경제 발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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