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것이 둔산 신도심 건설과 엑스포공원의 개발로 보문산은 폐허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쓸쓸한 공원이 되어 노인들과 등산객들만 간간이 보인다.
중부권 최대의 보물산으로 불리웠던 보문산이 어찌하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와서 누구 누구의 탓이라고 성토해본들 개선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각자가 행동으로 보문산에 대하여 애정을 갖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대전의 얼굴인 보문산을 살려야 대전이 산다.
한 때 아이들로 북적이던 보문산 그린랜드는 사유지로 노인 한사람이 관리하고 있어 을씨년스럽다. 참으로 안타깝다. 근 수십년 간 보문산이 방치된 현장을 보면서 너무 보기 흉해 화가 난다.
공원지역이라 재산권에서부터 건축물의 고도제한까지 주민들의 원성은 구청장으로 듣기에 너무 괴롭다.
그래서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구 행정책임자로서 시간을 달라고 읍소해본다.
보문산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의지로 대전시와 협의하여 보문산을 살리자고 해보지만 한계에 부닥칠 때는 힘이 빠진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정 안될 경우 시에서 중구에 사용승락서를 써주면 민자유치라도 해서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얼마 전 대전시에서 대전을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남산타워같은 것을 설치하기 위해 보문산 등 몇 곳을 사업후보지로 물색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그러자 지역의 구마다 자기지역이 최적지라고 주장한 것을 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서울하면 남산이고 부산은 용두산, 대구는 팔공산, 광주는 무등산이 있듯이 대전하면 보문산이다. 실제로 서울에 남산타워, 부산에 용두산타워, 대구에 앞산타워가 생긴 후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보문산은 한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으로 백제 시기에는 많은 왕들이 보문산 정상에서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 유서 깊은 곳이다. 특히 백제 성왕은 보문산이야 말로 명당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신라와의 전쟁기간에는 보문산에서 전투를 지휘하기도 했다.
보문산이 랜드마크 지역으로 선정되어야 할 당위성은 대전지역의 모든 곳에서 보문산이 바라보이고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동을 연두순방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나는 강조하는 게 있다. 지역에서 부글부글 끓어야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해서는 하세월이다. 직접 올라가 감을 따서 먹어야 한다. 된다 된다 해야 되는 것이지,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행정을 맡은 공직자들도 다 주민이다. 주민이 단합하여 자신감을 갖고 동네와 구에 힘을 실어줘야 행정도 순탄하게 간다. 나는 항상 주민을 편하게 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기를 주문한다. 실제로 솔선하여 뛰어다닌다.
대전 중구는 올해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캐는 심정으로 옛 명성을 회복하는 원년을 삼을 각오다.
민자유치라도 좋으니 보문산에 멋진 타워가 생겨 대전 시가지를 향해 환한 불빛을 보낼 때 보문산이 살아나고 대전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다. 엑스포와 월드컵축구 개최로 알려진 대전이 세계적인 도시로 비약하는 핵심은 보문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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