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종남 박사 |
1960년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52세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 시절에 부모님이 60세까지 사시게 되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성대한 회갑 잔치를 해서 축복해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였고 그 만큼 경사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이미 78세를 넘어섰다. 이제는 회갑잔치는 고사하고 예로부터 드물다 해서 ‘고희(古稀)`라 불리우는 70세 생일 잔치인 고희 잔치마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쑥스러워 가족만의 조촐한 잔치로 치루는 추세가 늘어 나고 있다. 최근 의학의 발전 등을 생각하면 머지 않아 90세까지는 살아야 천수를 누렸다는 소리를 듣 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한국인의 삶의 공식은 `30+30+ α( 알파)` 였다고 할 수 있다. 즉 , 태어나서 30년을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도 한다. 그리고 다음 30년은 부모들이 그러했듯 돈 벌고 아이낳아 시집,장가 보내면서 산다 . 환갑이후의 생은 남은 삶, 즉 여생으로서 잠시 자식의 부양을 받으며 살다가 끝난다.
그런데 이제 이 삶의 공식이 바뀌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평균수명이 90세까지 연장됨으로 해서 마지막 알파가 더 이상 여생이 아니라 알찬 30년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바뀐 인생의 사이클을 21세기 새로운 삶의 공식 `30+30+30`, 일명 트리플 30(triple 30s) 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네 인생의 성패는 이 마지막 30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번의 30년 동안 마지막 30년을 잘 준비해 두고 회갑을 맞은사람에게는 이 기간이 축복일 것이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생기니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젊은 시절 일에 쫓겨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인생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가면서 멋지고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보다 못한 이웃 사람들을 돌보는 나눔의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손자/손녀 돌보면서 힘들게 자식 키울 때와는 달리 느긋하게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두번 째 인생 30년을 사는 동안 미쳐 준비해 두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마지막 30년이 악몽 같은 기간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 자식들에게 부양받으면 되지 않겠나하고 생각할 독자분이 계실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세대가 노후를 맞을 때 과연 자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여성 한사람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숫자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1965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6명이었다 .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1.1명 이하로 낮아졌다. 자녀가 여섯명 쯤 된다면, 그 중에 형편이 괜찮은 자녀가 있거나, 아니라도 장남에게 다른 형제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보조해 부모님을 모실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제까지 보아 온 효도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가정에 장남 또는 장녀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가족 먹여 살리고 자식 키우기도 힘겨운 현 세태에서, 하나 뿐인 자녀가 퇴직한 부모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참으로 어려워보인다. 이러한 연유로 현재 40-50대 세대를 일명 ‘낀 세대`라고 한다. 효도를 한 마지막 세대이면서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에서 ‘말초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따져보니 자식이 더 이상 마지막 30년의 노후보험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우리의 노후는 우리 스스로 준비할 수 밖에 없게 된것이다.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 (1856~1950) 의 묘비에는 자신이 남긴 다음과 같은 유언이 쓰여있다고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69세에 노벨문학상을 받고 90세가 넘게 살다 간 그의 말년은 결코 악몽이 아니었겠지만 , 우물쭈물 하는 동안에 노후는 소리 없이 우리의 발 밑으로 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때 가서 아차! 하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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