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문화축제, 그냥 즐기면 더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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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문화축제, 그냥 즐기면 더 흥겹다

  • 승인 2007-02-06 00:00
  • 신문게재 2007-02-07 21면
  • 이규식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장이규식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장
프랑스 앙굴렘시는 인구 2만 정도의 영세한 지방소도시이다. 파리 서남쪽 450km에 위치하여 TGV 고속열차로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한갓진 곳으로 1970년대 이후 만화축제로 일약 세계적 문화명소가 되었다. 올해 34회를 맞은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은 만화와 관련 영상문화 하나만으로 지역을 혁신시키고 도시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1월 28일 막을 내리기까지 연 20만명이 운집하였다. 20여개국 800여명 언론인이 몰렸고 숙소부족으로 인근 50km지역까지 모든 숙박업소가 동이 나면서 민박도 구하기 어려웠다. 추운 1월 하순 나흘간 열리는 만화축제에 프랑스는 물론이려니와 세계각국에서 왜 이 조그만 소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까.


만화의 힘, 즐거움의 힘

무엇보다도 만화라는 단일주제를 30여년 집중적으로 조명해온 선명한 일관성에 힘입은 바 크다. 프랑스에만도 수 십개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상관련 축제가 있지만 만화하면 앙굴렘을 떠올릴만큼 확실한 이미지를 심기에 성공하였다. 남녀노소 만화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행사장을 찾아 세계 각국 다양한 만화서적과 관련 이벤트를 즐기며 평소 만나고 싶었던 만화가로부터 살가운 사인을 받는 즐거움이 첫 원동력이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의 중심행사장인 ‘출판인의 집`은 공터에 급조한 천막구조물이지만 작가 사인장에는 평소 좋아하는 만화가의 작품집을 구입하여 친필 서명과 한 컷의 그림을 얻으려는 행렬이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프랑스 만화는 대체로 대사가 많고 특히 아름다운 하드커버로 제본하여 가격이 평균 12,000원을 상회하는 문화상품으로 만화책을 ‘앨범`이라고 부르는만큼 책장에 꽂아 애장하는 보존가치가 높다. 만화는 이제 ‘제9의 예술`로 다른 장르가 넘볼 수 없는 힘을 보유하게 되었다.

앙굴렘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역명성은 이미 단단히 쌓여졌고 경제효과는 축제를 전후하여 자고 먹고 마시는 사이 이런저런 대규모 소비가 이루어지니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냐는 조직위원회 스탭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 축제의 정체성을 요약하였다.


경제효과 서둘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지역 문화축제가 아직 제 갈길로 온전히 접어들지 못한 이유의 하나가 조급한 경제이윤 창출의지를 앞세운 채 뚜렷한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면 해법은 어렵지 않다.

축제에서 즐기고 신명나게 노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경제수익 도모, 지역홍보활성화, 주민의 삶의 질 제고 같은 어렵고 진부한 의도를 펼치기 보다 며칠간이나마 주민들이 재미있게 놀도록 판을 벌여주는 일이 앞서야 한다.

적지않은 지자체 문화예산중 일부를 과감히 떼어 지역민들에게 흥미로운 축제 한마당을 벌여주자. 행정당국은 예산집행과정의 투명성만 관리하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올 대전 한밭문화제 예산이 작년의 절반수준으로 깎여 2억 몇천만원이라면 과학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시민 한사람당 200원꼴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일년내내 세금납부에 애쓰는 시민들에게 1인당 몇 백원짜리 문화행사 마련이 진정 어려운 일일까. 크고작은 문화예술공연, 행사와 전시공간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계층의 향유차원에 그친다면 누구나 참여하여 웃고 즐길 대중생활문화 축제로서의 한밭문화제의 진로는 이제 잡힌 셈이다.

지역특산물 매출증가, 홍보강박관념, 특정인물과 업적을 현양해야 하는 사명감에서 이미 자유로와진 한밭문화제는 그런 의미에서 독특한 놀이문화로 뻗어나갈 절호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자체나 관변단체의 관료적 발상과 경직된 행정체계를 벗어나 문화예술전문인에게 기획과 운영을 맡겨 정말 재미있고 흥겨운 문화잔치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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