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호사스런 일에는 반드시 대가도 있는 법. 전시를 보기위해선 서울로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전시일정이 겨울방학을 겨냥해서 집중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넘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여유 있는 감상은 사실상 어렵다. 문화예술 현장이 대부분 중앙에서 벌어지는 한국적 상황에서 지역인들은 자연 문화적 소외와 박탈감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들이나 유파들의 유명세에 의해 기획되는 전시는 대부분 과대광고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르네 마그리트전은 해외에서 열릴 수 있는 마지막 종합전이 될 것이다`라는 희소성을 무기로, 야나기 전은 우리 민족의 미의식을 처음으로 평가한 인물이라며 한국인의 묘한 열등감을 건드리기도 한다.
또한 루브르박물관전은 서양미술의 성지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온 귀중한 걸작들의 한국 최초전시라는데 안가면 크게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상황에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전시 관람도 유행적 흐름이 있는 다른 문화적 현상처럼 집단적 전염성이 강한 법이라 대한민국 전 문화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매머드급 전시회에 가보지 않을 만큼 무관심을 자랑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가는 그 전시에 가기 위해서 우리 지역인들도 새벽기차를 타고 대열에 합류해야만 하는 걸까.
어쩔 수 없이 그 긴 관람행렬에 줄지어 서 있었지만 막상 전시를 보고 나오는 심정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속아서 불량과자 먹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방학특수를 노린 공격적인 홍보에 몰려든 인파의 소람함 속에서 주마간산식의 감상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정작 기획의도에 못 미치는 질 낮은 전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경우에는 모처럼의 서울나들이의 피로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작가의 명성에만 기댄 안일한 기획과 이름값에 못 미치는 작품 유치, 아직도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치 못하는 비효율적 디스플레이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세기적 전시`라도 벌이지는 양 호들갑스러웠던 전시에 온 게 후회된 것이다.
그렇다면 실망스런 인상으로 떠나갔던 많은 일반인들을 다시 미술관으로, 화랑으로 모으기 위해선 어떡해야 할 것인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작년에 치러진 ‘루오전`처럼 의미있는 대형전시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많이 열려야 할 것이며, 또한 상업적 의도로 과대 포장되기만 했지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기획되는 전시도 없어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앙과 지역의 균형있는 문화발전의 토대를 위해 미술계가 앞장서는 일이 꿈에서나 가능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