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6대 도시는 물리적인 인구수로 구분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6대 도시이지만 쾌적한 친환경, 살아 숨 쉬는 문화, 활발한 경제, 편리한 도시교통, 시민의 자긍심 등 충분히 1등 도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6등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등 도시를 향한 움직임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은 시민단체일 수도 있고 시 공무원일 수도 있고 시민 스스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세력이 변화를 시도하는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협력과 양보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점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좋은 취지를 관철시키려 해도 외로운 투쟁이어야 하고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영세한 예산에 막히고, 시의 협조에 막히고, 시민의 호응에 막히는 악순환을 과연 선순환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It’s Daejeon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전은 과학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며 이 분야에서만큼은 1등을 하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과학도시 대전은 과연 과학으로 대전을 대표하고 과학이라는 브랜드로 도시를 마케팅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대전에서도 대전의 정체성, 대전의 브랜드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과학과 관련된 기관이나 기업이 밀집된 것만으로 과학도시를 표방하기는 어렵다. 첨단도시를 방문하는 관광산업과 연결되려면 결국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통한 문화콘텐츠 지원정책이 시급하다.
공공적, 기업적, 학술적 노력과 함께 대중적, 교육적, 유희적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대전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엑스포과학공원이 침체되어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되었지만 시민의 체감과는 거리가 먼 이유는 하드웨어를 활용할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이 과학을 문화로 향유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로 잘 알려진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시간, 공간, 지식을 말하며, 유용한 지식과 무용한 지식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명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현대사회에서는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철저한 검토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정책의 속도가 오히려 기업과 민간의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를 헤쳐 나갈 1등 항해사와 튼튼한 배, 단합된 선원들이 있다면 대전은 제4의 물결을 헤치고 1등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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