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선완 건양대병원 정신과 교수 |
우선 서민들이 선망하는 돈 많은 재벌이나 전문직 관련 종사자들이 나오고 갑자기 신분이 상승되는 신데렐라나 외로워도 슬퍼도 꿋꿋한 갠디류의 여주인공이 그 주변에 있다.
주인공 옆에는 단연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집단이 존재하고 여기에다 적당히 가족애로 양념을 치던지 아니면 과거 출생의 비밀을 집어 넣는다. 태생적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은 갈등을 극대화시키면서 긴장을 유도하고 사랑 타령 결혼 타령을 해대다가 권선징악과 가족애로 그럴싸한 해결을 시도한다. 이 공식을 조금씩 바꾸어서 계속 우려 먹는다.
시청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출연자들을 극명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눈다. 또한 시청자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드라마의 배경과 직업, 음악과 분위기를 변화시켜 주면 안심하고 내놓아도 적정 수준의 시청률이 유지되는 상품이 하나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익숙하고 보기에 편하면서도 무언가 모르게 현실과는 동 떨어진 느낌이 들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이러한 신파조의 비현실적 천편일률적 구조를 계속 답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고 한다. 배경은 병원이지만 완벽한 정치드라마다. 심리학자들은 남자는 권력을 향한 공격성과 영역 추구에 여자는 관심과 애정에 본능적인 욕구가 더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인간의 욕망을 전제로 하고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획일화된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으면서 그들의 과거 삶의 배경이나 현재 입장에 따라 갈등이 벌어지는 드라마는 보기에 벅차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갈등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심층적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극한으로 밀어 부치는 내공이 감독에게 있다면 더욱 긴장감이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은 악랄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고 선악의 이분법이 없음에도 갈등은 고조된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모습들,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측은하기도 하지만 결코 용서할 수는 없는… 이런 것이 진정한 인간의 드라마이다.
우리는 그 동안 병원드라마나 정치드라마를 기다린 것이 아니고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그런 역동적인 인간의 드라마를 기다렸던 것이다. 두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드라마의 원작이 일본 것이라는 점이고 결말이 그다지 심후한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원작보다 더 깊이 있는 공력으로 결말이 인간에 대한 천착을 해볼 수 있는 경지로 까지 마무리되어 한류 드라마의 위상을 높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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