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호 대전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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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년 훈민정음 창제 이후, 1940년 당시 문화재 소장가였던 전형필씨에 의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사건을 국어학자들은 제2의 훈민정음 창제라고 부를 정도로 한글 역사상 큰 사건으로 본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창제의 목적과 제자원리 등을 기록했지만, 불행하게도 제자원리가 담긴 해례 부분을 알지 못해 우리는 500년 가까이 한글의 창제 원리를 몰랐던 것이다.
일명 전형필씨본이라 불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자음의 제자 원리와 천지인 사상을 담은 모음 제자 원리가 한글 창제의 바탕에 있는 과학적?철학적 근거까지 말해 주고 있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한층 높여준다.
해례본의 발견은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한자 모방은 물론 격자문 모방설 까지 나와서 한글의 우수성을 형편없이 격하시킨 의견들을 하루아침에 무색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상들의 소중한 기록 정신이 한글 역사의 진실을 후손들에게 밝혀줬다는 것이다.
우리는 글로써 시대를 기록했느냐 여부에 따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한다. 선사와 역사시대를 모두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록의 역사는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국보 제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 장구한 역사를 기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역사서로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최근 정부는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를 국가기록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적극적인 보존관리 및 활용 등 공공기록의 체계적인 관리에 나섰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우리 교육청도 2005년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기록관리 선도교육청으로 지정된 후 1년 6개월 동안 집중 연구 및 투자를 하여 문서의 생산, 유통, 보존, 활용의 우수한 기록관리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기록에 대한 중요성 외에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또 하나 있다. 조상이 기록한 해례본을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했던 전형필씨의 보존 정신이 한글의 새 역사를 만든 것이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과 같이 훌륭한 기록체계를 갖추었다고 해도 이를 잘 보관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우리 교육청은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바탕으로 교육 구성원의 알권리 확대와 교육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다양한 교육 행정정보를 쉽게 열람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보(情報)란 정을 주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늦었지만, 시민의 정에 대한 우리 교육청의 당연한 보답인 셈이다. 모든 시민들에게 유익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한과 대한이 지나면서 겨울의 마지막 고개가 넘어가고 있다. 올 겨울은 제법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우리 대전은 아직 겨울의 정취를 흠뻑 즐길만한 눈이 내리지 않았다. 청춘 연인들은 첫눈 오는 날 만남의 약속을 갖는다. 문제는 첫눈의 기준이 서로 달라서 만남의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은 서울기상관측소가 위치한 종로구 송월동에 처음으로 내려야만 공식적인 첫눈으로 기록된다. 여의도에 눈이 내렸어도 송월동에 내리지 않았으면 첫눈이 아니다. 대전은 대전기상청이 있는 유성에 첫눈이 내려야만 첫눈으로 기록된다. 진눈깨비나 싸리눈도 적설량에 상관없이 첫눈으로 인정된다. 이렇듯 첫눈에 대한 기록도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동일하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기록되고 관리되어야 정보로서 생명을 갖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능력만이 21세기 미래사회를 이끄는 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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