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청산이 부르거든」)
언젠가 찬바람 몰아치던 지리산 장터목 화장실벽에 누군가 절규하다시피 갈겨놨던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이란 낙서를 본 후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산을 오르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우리는 산에 가는 것을 입산(入山)이라 했는데,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등산(登山)이라 했습니다.
산이 좋아서 칼바람 부는 날 정상에 오르면 세상만사 별것도 아닌 것에 얼마나 억지부렸는지 되짚어보는 귀중한 득도(得道)를 하게 됩니다.
왜 가느냐구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고 인정 받은 뉴질랜드의 힐러리경이 말했습니다. “산이 있어서 간다” 구요. 무엇이 그렇게 바빴던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멀리 했던 산행에 나서는데 따라나서는 풍류(風流)가 발길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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