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예열 대전대학교 교육개발센터 교수 |
국내적으로는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나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팥죽을 날마다 끓여댄다. 분당이니 재창당이니, 후보검증이니 하면서 국민은 무엇에 고민하고 있는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날이면 날마다 쏟아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들의 갈등들이 청색 홍색의 실타래처럼 헝클어져 있는데, 지도자의 언행은 갈수록 이해하기가 어려지고 화가 잔뜩 난 국민들 가슴에 기름을 들어붓는 듯하다. 비정규직 법안의 통과에서 비롯된 사회불안의식이 증폭되고, 부동산 정책에서 야기된 집값문제와 땅값 문제에서 서민들의 허리 아픔은 날로 늘어간다.
그런데다가 대통령의 4년 연임제를 위한 개헌 문제는 전국민을 그들만의 과열 속으로 휘몰아 넣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계층간의 상생과 양극화가 심화된 계층과의 사회적 조화와 화합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 더 우선순위가 아닌가?
이쯤에서 황희정승의 삼가정승(三可政丞)의 고사를 생각해봄직하다. 이 고사는 모두 알다시피 정승의 집에 있는 두 여종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서도, 또한 정승을 책망하는 정승의 아내 생각도 다 ‘옳다`라고 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로가 윈윈하는 상생의 위트를 느낄 수 있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지내는 사람들을 어우러지게 하는 조화 능력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개인화와 정보화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 가치와 상호 목표치가 다양함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다양함을 어떻게 한 묶음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으며 희망 속에서 미래를 꿈꾸어왔던가? 그리고 역대 어느 지도자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겠다고 했던가? 그러나 지금은? 한밤중에 귓전을 때리는 옛말에도 있었던 ‘조상 탓`의 메시지는 국민에게 너무도 큰 가혹함을 느끼게 해준다. 남은 기간 자기 책임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이미 얻어 걸린 국민들의 고통과 허리 통증은 무엇으로 풀어 줄 것인지 묻고 싶다.
차라리 잘 하겠다고 주먹 쥐고 책상 위를 두드렸던 그때를 상기해서 국민들이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헤아려 보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과 서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식은 곧 상생과 조화의 세계가 어우러져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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