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관인 건 빤히 보고 있는 관객들까지 속이려 든다는 거다. 누가 봐도 ‘보랏…’은 카자흐스탄 리포터 보랏 사그디예프 씨의 좌충우돌 미국 대륙 횡단기다. 영화는 ‘제작 카자흐스탄 정보부, 카자흐스탄 TV’란 타이틀로 천연덕스럽게 시작한다. 이건 다큐멘터리다, 그렇게 믿으라는 거다.
주인공은 다른 나라에서 온 리포터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미국 문화 속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페미니스트에게 “여자의 뇌는 다람쥐만 하다”고 들이대고, 흑인 정치인을 초콜릿 페이스의 노메이크업 사내라고 소개한다.
반유대주의 호모포비아 백인우월주의를 넘나들며 민감한 이슈들을 들먹이고 엿 먹인다. 이른바 ‘문명국가’ 미국의 속내를 비문명적이며 직설적인 방법으로 뒤집는 보랏의 언행은 우습다. 그러나 대놓고 웃기엔 어째 맘이 편치 않다.
미국 사회를 풍자한다는 이유만으로 카자흐스탄이란 나라를 미개국으로 몰아가도 괜찮나. 아무리 ‘정치적 올바름’을 하이킥해버린 ‘겁을 상실한’ 영화라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거 아닌가. 이 영화를 문명비판으로 볼 건지, 지독한 화장실 코미디로 볼 건지는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다.
후안무치도 극한까지 몰아붙이면 칭찬을 받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흥행 성공에다가 미국영화연구소처럼 안목 있는 단체의 ‘2006년 10대 영화’에 뽑혔다.
주연배우 샤샤 바론 코헨은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영화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불만 표시나 제작진의 권유로 출연한 미국인들의 ‘발 빼기’ 고소는 아랑곳없다. 외려 영화 흥행을 부추겨 놓았으니, 역시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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