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 권력도…헛되고 헛되도다
<황후화>
감독: 장이머우. 출연: 궁리, 저우룬파
제작비 450억 들인 오리엔탈 뷰티의 극치
10만 황금갑옷 병사들이 벌이는 전투신 압권
볼거리는 풍성한 데 내용이 없다
스케일과 비주얼은 입이 딱 벌어진다. 수천 개의 등촉이 빛나는 황궁 내부는 온통 금빛에 붉은색 푸른빛이 어우러지고 황제와 황후, 궁중여인들의 의상은 눈부시다. 특히 황금갑옷을 입은 대군이 벌이는 대규모 전투신은 비주얼적 쾌감까지 일으킨다. 하지만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색채도 이미지도 과잉, 제작비 450억 원도 과잉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황후화`의 이미지는 황금색과 노란 국화. 황금색은 황실, 권력 그리고 화려한 중국 문화를 상징한다. 국화는 모든 꽃들이 지는 가을에 도리어 피기에 반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황후는 국화 10만 송이를 수놓으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린다.
중국 대작들이 여지껏 그랬듯 이 영화 또한 볼거리가 내용을 날려버렸다. 내용마저 허무하다는 건가. 작지만 세밀하고 빈틈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장이머우가 그리운 건 그 지점에서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황후 역을 맡은 궁리다. 장이머우와 88년 ‘붉은 수수밭`을 시작으로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고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95년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걷다 11년 만에 다시 만난 것. 한 마디 말이 없이도 질투와 분노, 슬픔을 담아내는 궁리의 눈빛 연기는 “역시!”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8세 이상.
자유로운 영혼의 꿈과 사랑
<미스 포터>
감독: 크리스 누난. 출연: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피터 래빗 이야기`를 베아트릭스 포터
사랑도 일에도 전부를 쏟았던 여인의 일대기
르네 젤위거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상상력으로 동물들과 친구가 된 베아트릭스. 동물 친구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를 출판하려 하지만 출판사는 책보다 그녀가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 계약을 맺게 되고 편집자 노먼을 알게 된다. 오직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목표였던 19세기 다른 여자들과 달리 베아트릭스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준 노먼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예상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여성의 권리가 존중 받지 못했던 시대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씩씩하게 헤쳐나갔다는 점에서 포터도 브리짓 못잖다. 열정과 집념도 그렇다. 포터는 그림만큼 사랑에도 모든 걸 다 건다. 세상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을 하찮게 여길 때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처럼 노먼과의 사랑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밋밋한 줄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단연 르네 젤위거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한 포터 캐릭터는 르네 젤위거의 얄밉도록 사랑스런 연기로 인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편집자 노먼 역의 이완 맥그리거도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포터가 실제 살았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아름다운 풍광 또한 주연급이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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