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女風 흥행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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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女風 흥행 나들이

토종여배우 인기속 ‘궁리’.'르네 젤위거’ 상륙

  • 승인 2007-01-24 00:00
  • 신문게재 2007-01-25 11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극장가는 온통 여성들의 무대다.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는 여전히 고공 날갯짓이고, ‘허브`의 상은도 꿋꿋하다. 지난 주엔 마파도의 다섯 할머니가 가세했다. ‘에라곤` ‘묵공`이 있긴 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여성 파워가 거세진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외국 여배우들도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이번 주 르네 젤위거와 궁리가 도전장을 내민다. 세계적인 스타들. 과연 이들의 스타파워가 한국 토종 여인들을 밀어낼 수 있을까가 관심거리. 어찌되든 여자들은 힘이 세다.


황금도 권력도…헛되고 헛되도다

<황후화>

감독: 장이머우. 출연: 궁리, 저우룬파

제작비 450억 들인 오리엔탈 뷰티의 극치
10만 황금갑옷 병사들이 벌이는 전투신 압권
볼거리는 풍성한 데 내용이 없다


황금갑옷을 입은 10만 병사가 황궁을 향해 몰려온다. 이들을 막아 선 검은 색과 회색 갑옷을 입은 무채색의 군사들. 무채색의 공격에 황금갑옷 위론 핏물이 비처럼 쏟아지고 황금은 빛을 잃는다. 화려함은 허무하게 사라진다. 황궁에 가득한 금빛을 단숨에 걷어내고 무채색의 허무를 퍼뜨리는 텅 빈 이미지. ‘황후화`는 탄식한다. 황금도 권력도…, 헛되고 헛되도다.

스케일과 비주얼은 입이 딱 벌어진다. 수천 개의 등촉이 빛나는 황궁 내부는 온통 금빛에 붉은색 푸른빛이 어우러지고 황제와 황후, 궁중여인들의 의상은 눈부시다. 특히 황금갑옷을 입은 대군이 벌이는 대규모 전투신은 비주얼적 쾌감까지 일으킨다. 하지만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색채도 이미지도 과잉, 제작비 450억 원도 과잉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황후화`의 이미지는 황금색과 노란 국화. 황금색은 황실, 권력 그리고 화려한 중국 문화를 상징한다. 국화는 모든 꽃들이 지는 가을에 도리어 피기에 반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황후는 국화 10만 송이를 수놓으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린다.

중국 대작들이 여지껏 그랬듯 이 영화 또한 볼거리가 내용을 날려버렸다. 내용마저 허무하다는 건가. 작지만 세밀하고 빈틈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장이머우가 그리운 건 그 지점에서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황후 역을 맡은 궁리다. 장이머우와 88년 ‘붉은 수수밭`을 시작으로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고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95년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걷다 11년 만에 다시 만난 것. 한 마디 말이 없이도 질투와 분노, 슬픔을 담아내는 궁리의 눈빛 연기는 “역시!”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8세 이상.



자유로운 영혼의 꿈과 사랑

<미스 포터>

감독: 크리스 누난. 출연: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피터 래빗 이야기`를 베아트릭스 포터
사랑도 일에도 전부를 쏟았던 여인의 일대기
르네 젤위거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설마 제목을 보고 ‘미스 해리 포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스 포터는 19세기 런던의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다. 그래도 해리 포터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순전히 영화감독 크리스 누난 때문이다. ‘꼬마돼지 베이브`를 만든 동심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에서 포터의 동화 속 캐릭터들을 불러내는 마술을 부린다. 하지만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포터는 해리 포터보다 훨씬 귀엽다.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상상력으로 동물들과 친구가 된 베아트릭스. 동물 친구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를 출판하려 하지만 출판사는 책보다 그녀가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 계약을 맺게 되고 편집자 노먼을 알게 된다. 오직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목표였던 19세기 다른 여자들과 달리 베아트릭스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준 노먼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예상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여성의 권리가 존중 받지 못했던 시대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씩씩하게 헤쳐나갔다는 점에서 포터도 브리짓 못잖다. 열정과 집념도 그렇다. 포터는 그림만큼 사랑에도 모든 걸 다 건다. 세상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을 하찮게 여길 때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처럼 노먼과의 사랑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밋밋한 줄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단연 르네 젤위거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한 포터 캐릭터는 르네 젤위거의 얄밉도록 사랑스런 연기로 인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편집자 노먼 역의 이완 맥그리거도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포터가 실제 살았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아름다운 풍광 또한 주연급이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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