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丁亥)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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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丁亥)년의 기도

<시 론>

  • 승인 2007-01-19 00:00
  • 신문게재 2007-01-20 15면
  • 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 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 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찬란하게 떠오른 새해의 태양은 지난해의 얼굴이 아니다. 태양만이 아니라 태양아래 존재하는 삼라만상이 모두 새롭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새해를 맞을 때마다 무엇인가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품는다.

생각하면 엄숙한 시작이다. 무한한 역사는 1년이 더 보태지고, 유한한 존재에겐 1년이 더 줄어드는 순간이다. 어제의 태양이고, 어제의 하늘이며, 어제의 산하건만, 새해에는 희망도 새롭고, 각오도 새롭고, 또 역사도 새로워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저절로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워지기 위한 우리의 원력(願力)이필요하다. 같은 태양의 모습도 보는 이의 의지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같은 세월의 의미도 생각에 따라 다르다. 태양빛의 한 순간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애환이 갈라질 수 있듯, 세월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패가 마주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쓰는 데는 누구나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 쓰는 사람도 있고, 덜 쓰는 사람도 있다. 시간의 사용밀도(使用密度)는 천차만별이다.

시간의 의미나 효용을 논하는 철학이 따로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구도 시간의 의미나 효용가치를 산술적으로 측정하고, 계량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존재의 가치는 분명히 다르게 나타난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환경 속에 존재하면서도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의 의미나 효용가치를 깨닫고 사용하는 밀도 차이다. 누구에게나 확실한 것은 시간의 마디인 순간들은 한번 가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든 순간은 모두에게 최후다”라는 철인석학들의 말은 세월을 특별하게 강조하거나 과장한 것이 아닌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다. “인생은 단 한번 뿐”이다. 권력도, 재력도, 어느 누구라도 하나의 생명으로 한번밖에 살지 못한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같은 냇물에 들어갈 수 없다. 언제나 물은 흘러도 똑같은 물이 아니다. 세월도 마찬가지고,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다. 그 순간과 일생의 소중함을 안다면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1회의 삶을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다. 스치는 세월의 속도만큼 우리는 죽음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보람되고 값지게, 이왕이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자는 데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행복하게’ 살고싶은 게 모두의 꿈이다. 행복은 여유와 풍류에서도 우러나지만, 진실과 성실 속에서 더욱 빛난다.

최고의 권력자도, 최하의 민초들도 진실과 성실의 가치는 똑같다. 허상을 벗고 위선을 버려야 한다. 권리만큼 책임도 지켜야 한다. 혼자 의견만 고집하지 말고 다수의견도 들어라. 높은 곳에 집착하려면 낮은 곳부터 지켜야 한다. 권력에 집착되어 민생들을 외면할 때는 속인의 지혜에 불과하다. 속인들은 흔히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를 분간하지 못한다. 영원한 가치와 찰나의 가치도 가릴 줄 모른다. 포괄적인 가치와 제한적인 가치를 헤아리지도 못한다.

위장되거나 과장된 위정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시대에 범람하는 위선은 위기로 변하고 있다. 위선을 선택할 것인가, 진실을 선택할 것인가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이다. 우리는 오늘도 무서운 갈등과 살벌한 불신 속에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무지(無知)의 지(知)’를 논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 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의 권력집단들에겐 교훈이어야 한다. 이제 2007년 새해의 태양도 중천에 올라 12월로 달리고 있다. 모두가 양심과 진실을 가꾸며 위선에 맞서는 원력(願力)이 성취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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