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시절 ‘아름다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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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시절 ‘아름다운 추억’

현대인의 性.사랑 밀도있게 그려

  • 승인 2007-01-22 00:00
  • 신문게재 2007-01-23 11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취화선 원작자 민병삼씨 ‘나비는∼’
가난했던 유년 기억 하나둘씩 꺼내
김나인씨 단편소설 묶은 ‘배꼽아래’
추리.긴장감으로 대중적 흥미 자극


▲ 나비는 보리밭에 앉지 않는다 (민병삼 / 파미르 / 8500원)
▲ 나비는 보리밭에 앉지 않는다 (민병삼 / 파미르 / 8500원)
▲ 배꼽아래 (김나인 / 한국학술정보(주) / 1만7천원)
▲ 배꼽아래 (김나인 / 한국학술정보(주) / 1만7천원)
2007년 새해, 지역출신 문인들이 신작 소설을 내고 왕성환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전출신으로 성남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취화선`의 원작자인 민병삼씨가 장편소설`나비는 보리밭에 앉지 않는다` 를 통해 우리들의 불우했던 과거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내 놓았다.

보령출신의 젊은 작가인 김나인씨는 여러편의 단편을 묶어 `배꼽아래`란 단편소설집을 선보였다.

오원 장승업을 통해 세상에 보냈던 통렬한 눈빛으로 이제 잊고 싶은 대한민국의 추억을 돌아본 민병삼씨의 `나비는 보리밭에 앉지 않는다`는 이 시대에 살아 있는 부모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난했던 시절의 친구들이다.

주인공인 `따라지`박민재. 그는 역사의 질곡 한켠에서 희생하며 살아온 인물로 가난했던 유년과 군사정권의 고문으로 고국을 떠나 20년만에 고향 땅을 밟는다.

`딱다구리` 김덕환, `미꾸라지` 오수근과 당시 조금 낫게 살았던 정미소집 딸 김미애, 양조장집 딸 이명순, 약재상집 딸 왕평희 등으로, 이들이 오랜만에 만나 가물가물한 유년 기억들을 되짚어 간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단어가 돼 버린 보릿고개와 보리개떡,꿀꿀이 죽에 얽힌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보리개떡을 먹으며 자랐고 내가 너무 고파서 깜부기와 진달래,아카시아 꽃을 ?어 먹었으며, 콩과 보리, 밀을 서리했던 이야기. 허기진 배를 채웠던 들춰내기 싫었던 이야기 뿐 아니라, 그 와중에도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 `꽃밭에서` 등의 동요를 부르며 학교를 다녔던 주인공들의 아스라한 추억들도 엿볼수 있다.

중년의 이들이 50여년만에 만나 추억을 떠올리며, 박장대소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는 기약없이 또 헤어진다.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불우하고 우울했던 기억을 아름답게 되살리고 있다.

이와는 달리 김나인의 `배꼽아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젊음이들의 이야기이다. 제목은 마치, 외설과 포르노적인 상상력의 작품처럼 속단할 수 있지만 대중적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의 짜임새로 이뤄졌다. 추리와 긴장, 어이없는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은 책장의 속도감을 더해 주고 있다.

`무서운 선고` `시라세니아``배꼽아래``궁상각치우` `미치광이` `영장류 체류기` 등 6편의 이뤄진 소설은 각 편마다 작가의 뚝심을 읽을 수 있다.

`배꼽아래`는 직장을 가진 유부녀와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작가지망생인 `나`와 `나`의 친구 유상준, 유상준과 관계를 맺고 있는 술집 여사장. 얼핏보면 섹스편력기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섹스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거나 한 줄에 불과, 실망하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성행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애무라도 하듯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또 `궁상각치우`는 충청도 보령의 사투리를 만끽할 수 있는 단편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담아냈던 이문구, 이문희 ,김성동의 대를 이어 보령의 사투리를 문단에 선보인 작품이다. `시라세니아`는 택배회사 직원인 주인공이 서울에서 보낸 며칠간의 휴가기록이다.사흘간 두여인을 만난 섹스 편력기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밖에 소도시에 사는 빈민계층 부부이야기인 `무서운 선고` 시골고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청년이야기인 `미치광이`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이 원산도라는 섬에 머문이야기를 다룬 `영장류 처류기` 등도 작가가 의도한 재미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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