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도 2’는 전편의 미덕을 그대로 이어간다. 달라진 게 있다면 욕쟁이 할매 김수미가 빠지고 사투리 고수 김지영이 합세했다는 것 정도. ‘다섯 엽기 할매와 두 남자의 좌충우돌 스토리’라는 얼개도 그대로 가져왔다.
사설탐정으로 직업을 바꾼 충수(이문식)에게 일감이 생겼다. 사경을 헤매는 재벌회장 박달구(주현)의 첫사랑 꽃님할매를 찾는 것. 거액의 착수금을 받은 그는 박 회장의 고향 동백섬으로 향하다 조난을 당하고 외딴 섬에 닿는다. ‘섬이랑 꼬이는’ 충수가 닿은 곳은 죽도록 고생했던 마파도였다.
할매들은 여전히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살고 걸핏하면 충수를 매질해대지만 어느 순간 가슴 뻐근하게 만드는 따뜻한 면모를 드러낸다. 할매들이 가슴 속에 꽁꽁 숨겨뒀던 순정을 한 자락씩 풀어내는 상황이 새롭게 더한 재미.
지금은 외딴 섬 마파도에 묻혀 살지만 극성스런 할매들도 왕년에 저마다 애틋한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다. 사랑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할매들은 첫사랑에 설레는 소녀와 똑 같다.
첫사랑을 못잊어 결혼 하지 않았다는 영광댁의 로맨스는 눈물을 찍어낼 만큼 애절하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처럼 여성성이 제거된 것처럼 비쳐졌던 할머니들에게서 여성성을 불러낸 데 있다.
예측불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초반의 지루함만 견뎌내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큰 웃음은 없지만 다정한 웃음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재미가 있다고 해서 곧 영화가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는 아님은 물론이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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