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성 대전지역사회개발협회장 |
고급관리가 퇴직 후 고향에 내려와 꽃을 가꾸어 만개한 꽃을 이웃에 나눠주며 노년의 희열과 보람을 찾는 생활이 귀감이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권불십년을 거부하며 평생의 권력을 누리다 비참하게 파멸을 맞은 수많은 권력자의 교훈을 역사는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으나 어리석은 인간은 자신만은 예외라고 궤변과 노기로 일관하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과 논리를 존중하여 사회와 역사를 발전시킨 사례는 없다.
민주질서의 파괴이며 독선과 오만의 산물은 오직 파멸의 비극만 있을 뿐이다. 후배를 육성시키고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어른이 매우 부족한 우리사회는 고목나무에서 꽃피기를 기다려야하는 담담하고 한심한 현실이다. 백만 청년실업자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어른의 여유는 정말로 찾기 어려운가를 자문해본다. 생태학적 시각에서 접근해볼 때에 과욕은 선인가 악인가의 논쟁이 재미있다.
젊은이의 집념에 가까운 과욕은 일의 성취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인의 과욕은 자신의 건강을 망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비난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존경받는 사회학계의 원로교수가 정년을 하자 학교에서 특임교수로 종전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며 붙잡았다.
그러나 교수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시간이 없어 못 배웠던 신학을 공부하기위해서 미국의 유명신학교에 입학했다. 정말로 사회에 귀감이 되는 자세다. 어느 여든이 넘은 노 정객이 붉게 저녁노을을 물드리고 싶다는 말이 시중에 화제가 된 때가 있다.
분명한 것은 노을보다 여명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지는 저녁노을도 아름답지만 밝아오는 아침 해의 밝게 빛남이 훨씬 찬란하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자신과 사회에 불행과 화를 가져다주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승만의 12년 독재와 박정희의 18년 독재가 생생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후진을 키워주고 이끌어주는 일이 고목나무에 꽃피우기보다 더 어려운가. 다른 지역보다 인재가부족한 충청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원로들이 자각하여 기회를 창출하는 일에 앞장서기 바란다. 빈곤에 시달리는 어느 노인은 “공평하신 하나님, 저에게는 왜 기회를 안 주시고 평생을 그늘에서 잘게 하십니까” 하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는 현실에 회의를 느낄 뿐이다.
“누구에게는 한 평생을 밝고 따사로운 양지에서 살게 하시고 한 자락의 그늘마저도 드리우지 못하게 하며 저에게는 왜 평생을 그늘진 음지에서 살아야합니까”하며 하소연하는 빈노(貧老)의 푸념에 마음이 애일뿐이다. 우리 모두가 질병 없이 여유롭게 잘살고 싶지만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연륜이 깃든 노 선배는 가진지 못한 자를 위해서 헌신 봉사하는 모습이 그리운 때다.
면장지낸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웃사람에 존경받는 동네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오늘도 골목길을 쓸고 휴지를 줍는 사람이 시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민중에게 헌신봉사 할 때에 유권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회를 발전시켜갈 수 있다.
한평생을 양지를 쫏던 노인이 다시 모닥불을 지피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사회는 이제 막을 내렸으면 한다. 자신보다 유능하고 열정적인 후배를 위해서 봉사할 때에 사람들은 존경하며 따르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남녀노소가 어울여서 살아가는 사회는 타인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시대정신을 존중하면서 헌신 봉사하는 원로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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