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오 한국원자력연구소 홍보협력부장 |
원자력 발전은 경제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측면 뿐 아니라, 과학발전을 앞장서 이끄는 선도적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다가가기 힘든 시설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원격제어 로봇이 필요하다.
또, 원자로 내부의 이물질이나 환경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물체인식이나 추적이 가능한 고정밀 센서 기술과 네트워크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기에 원자력 발전은 과학기술의 집대성이며 과학기술의 총아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경주 지역에 건설되기로 결정되면서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졌다지만 일본의 원폭피해,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사고 등 과거의 환영들은 아직까지도 막연한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은 원자력이 발전 뿐 아니라 IT와 BT, NT, 우주개발, 재생 에너지 개발 등과 기술적으로 맞물리면서 그 어떤 분야보다도 우리 생활과 직결되어 발전해 왔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원자력이 발전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는 방사선 기술이 있다.
방사선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식품 개발이나 농산물 품종 개량 등에 다양하게 응용되어 왔다. 지난해 불거진 학교급식 식중독 대란과 유아분유 식중독균 사건을 통해 방사선을 이용한 살균 기술이 부각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미군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중인 병사들에게 방사선 을 쪼인 전투식량을 제공하고 있고, 러시아와 미국은 오래전부터 우주인이 먹는 우주식량에 방사선 조사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2008년 우주인 배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우주김치 등 방사선 조사 우주식량을 개발 중이다. 방사선을 이용한 신품종 무궁화 분재, 태풍에도 견디는 키 작은 벼, 관상용 난(蘭) 등도 개발되어 실용화되었다.
21세기 들어 치솟는 석유가격과 에너지 수급 불안, 안정 공급에 대한 불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원자력 연구개발에 손을 놓고 있던 많은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세계적으로 원자력 정체기인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원자력 기술도입과 국산화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원자로 및 핵연료의 설계, 제조, 건설 및 운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남들이 주춤할 때 쉴틈없이 달려온 결과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6대 원자력 국가로 우뚝 서있다. 20개의 원전을 운영하면서 전기 생산의 40%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방사선 기술(RT) 이용 분야에서도 10년 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전세계적으로 조성된 원자력에 대한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잘 활용하려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북한의 핵실험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지난 40년을 바쳐온 우리의 노력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고, 거대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원자력 선진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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