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없는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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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없는 한 해

<중도마당>

  • 승인 2007-01-15 00:00
  • 신문게재 2007-01-16 20면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정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니 이미 여러날 지났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한 번 생각해 보지요. 2006년 12월 31일과 2007년 1월 1일이 많이 다르시던가요?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어쩌면 다 같은 그날인 듯 보입니다. 구획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작위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해를 기다리며 지난 해에 이루지 못한 소망을 합니다. 또 우리는 어디론가 달려가 발디딜 틈 없는 그 사이에서 까치발로 떠 오르는 해를 맞이합니다. 매스컴도 덩달아서 그 매듭을 부추기고 그 덕에 또 우리는 분위기에 휩쓸립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긴 어느 때는 결심이 삼일만 가도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이 이렇게 가벼이 움직이는 요즘이고 보니 그 말도 ‘작심 세 시간’이나 ‘작심 삼십분’ 쯤으로 바뀌어야 그 의미가 제대로 전해질 듯 합니다.

해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새 해라는 구획에는 우리 마음이 그렇게 가벼운 탓에 무엇이든 매듭을 만들어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자는 어른들의 지혜가 담긴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밤이 지나 아침이 오고 그래서 하루를 구획했고 달이 기울었다가는 다시 차니 달을 나누었고 또 그런 달들이 모여 계절을 이루고 그 계절이 갔다가는 다시 돌아오니 일년을 매듭지었겠지요. 말하자면 사람들의 그저 그런 구획 습성 때문이었다기 보다는 분명 이렇게 자연이 주는 변화와 순환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준삼은 것일 겝니다.

삶이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고 누구는 그랬습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렇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에게 무언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참으로 큰 감사일 것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에게 다시 날이 밝고 또 달이 다시 차고 끝 간데 없을 것 같은 겨울이 어느새 가곤 다시금 싹이 피고 훈풍이 부는 봄이 오니 감사할 밖에요. 그럴 때면 우리는 나도 모르게 그저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암선고를 받아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렇게 밝아오는 새날만큼 더 감사할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러나 과연 알다시피 우리가 100년을 자신 있게 살 수 있을까요? 혹은 이백년을 살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 중 누가 시한부 삶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시한부 삶에 새로운 날이 밝고 기울었던 달이 보름달로 차오르고 또 새로운 계절이 다가옵니다. 감격해 마지않을 일입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새 날을 허락하신 그 분께 절로 감사의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그렇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지난 시간 굴곡이 없고 허물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반성하고 후회 할 일 없는 이가 누구겠습니까? 하지만 지나간 해는 그렇게 보내주고 그럼에도 이렇게 새해를 맞게 해 주신 누군가에게 감사하면서 시작했으면 합니다.

참으로 오만하게도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들은 지금의 처지가 끝없는 추락의 중간과정이란 생각들을 많이 하십니다. 지금 현재도 물론 어렵지만 머리 속에 그려지는 다가 올 그 추락의 끝이 너무도 두려워서 진저리를 칩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밤이 길면 새벽이 가까운 것이고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은 징후입니다.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지금의 어려운 형편보다는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 다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을 알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을까요? 결국은 그렇게 내가 만든 내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우리인 듯 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한 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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