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불법 드라마’

KTF “전혀 몰랐다” 감독 허점 여실히시공사는 굴지의 건설사인 경남기업과 도원이엔씨, 발주처는 한국의 대표 통신 브랜드인 KTF, 감리자는 (주)동일건축, 감독 기관은 대전시 서구청이다. 이들 기관은 각 업계의 ‘대표 주자’라는 이름 값을 하지 못한 채 불법을 저지르고 묵인해 지역 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시공사인 경남기업과 도원이엔씨는 KTF 신사옥 공사를 공동 도급했다. 두 회사 대표는 형제간이다.

현장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사 현장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현장 확인 결과, 인도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토지공사 땅을 허락없이 수개월간 사용하는 등 배짱공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기업은 처음에는 ‘무탈하다’는 반응을 보이다 무단 및 불법 건축 행위가 확인되자 뒤늦게 지난 12일 오전부터 중장비, 트럭 등을 동원해 부랴 부랴 원상복귀에 들어갔다. 경남기업이 내걸고 있는 ‘Pride Building’ 구호가 KTF 신사옥 공사 현장에선 낯설게 느껴지는 사례들이다.

발주처인 KTF는 이런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어 관리 감독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나를 알게 해줬다. 현장사무소 내에 KTF 감독관실이 버젓이 자리를 하고 있었으나 시공사의 불법행위를 통제하지 못했다. ‘방조’한 것인지 아니면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 둘중 하나다.

감리회사인 동일건축의 ‘죄’도 만만치 않다. 5명의 직원이 나와 상주를 하고 있으나 이 같은 무단, 불법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감리사는 감독 당국인 대전시 서구의 업무를 대행, 신축공사 전반의 행위를 지도` 점검해야 함에도 이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전시 서구도 책임을 비켜 갈 수는 없다. 시 외곽 지역도 아닌 서구의 도심 한복판 대형 공사장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단일 건물의 신축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었지만 우리 건축 문화의 일그러진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KTF 대전 신사옥 신축현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Pride Building’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