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그렇지 않은데 밤만 되면 순찰차가 밖에 나가지 않고 그대로 주차되어 있어 경찰관들이 밤에는 순찰도 안돌고 대체 그 안에서 뭘 하는건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파출소가 지구대로 명칭이 바뀌고 저 또한 우여곡절 끝에 경찰관이 되어 야간 근무를 해보니 어렸을 때 제가 괜한 의심을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며 차츰 속사정을 알고 보니 순찰차는 밤마다 찾아오는 주취자들과 씨름을 하느라 안나가는 것이 아니라 못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만취한 사람이라도 체포대상이라면 체포해서 동행하면 그만이겠지만 술먹은 죄밖에 없는 분들과 음주운전 피의자 등 체포 후 석방대상인 분들이 끈질기게 귀가하지 않고 시비, 행패를 부리는 탓에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야할 때에 이런 분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겁니다.
만취해 관공서에서 난리를 피우는 시민들도 우리 경찰의 고객이기에 이 분들의 난리를 관리하는 것도 크게 보면 우리 경찰의 임무일 수 있기에 힘들어도 그냥 참고 지낼 수도 있을 겁니다.
답답한 건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른 시민들께서 제가 어렸을 적에 품었던 것과 비슷한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진짜 문제는 경찰력이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되지 못하여 결국 효율적인 경찰력 제공을 원하는 시민들을 만족시켜 드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때는 촌각을 요하는 신고출동까지도 방해하는 주취자 때문에 정말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상황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유라도 그럴 듯 하면 모르겠는데 “그냥 모든 것이 다 싫다”는 분 부터 “가족들이 자기를 무시한다”, “공무원은 자기 맘을 알 리가 없다는”는 분들까지 참 각양각색입니다.
주취자 보호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유 또한 주취자가 미워서가 아니라 부단한 순찰활동으로 우리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보위하라는 취지인 것입니다.
새해에는 전국의 모든 순찰차가 지구대 주차선이 아닌 시민들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구대의 불청객인 만취한 시민들로부터 해방(?) 되어 낮, 밤 가리지 않고 쌩쌩 다닐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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