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으레 그런 것처럼 새해를 맞아 여러 기관들이 앞 다투어 올 한해의 살림살이를 예측했습니다. 기대를 품기보다 지레 낙담하게 만드는 소식이 대부분이네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빠듯해지고 일자리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는 데 한결 같습니다. 한 경제연구소는 국민경제 의식조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대다수 국민이 자녀 교육, 내 집 마련, 노후 대비 등에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입니다. 경제지표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사람들이 지치고 자포자기하는 징후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일확천금을 노리고 대박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814만분의 1, 교통사고를 1년 동안 연속 5번 당할 확률이라는 로또에라도 한 가닥 희망을 걸쳐놓고 싶은 심정일 테지요. 어색하고 쑥스럽더라도 살기 위해 튀려고 애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내복과 몸빼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른바 ‘내복남`몸빼남’ 신드롬이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던 데요.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요? 그래도 해답은 그 속에 있나 봅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축구의 기본이 다름 아닌 체력에 있음을 생생하게 봤잖아요? 존경 받는 기업의 CEO들도, 이승엽처럼 잘 나가는 스포츠 스타도, 반짝 뜨고 지기보다 오랜 세월 대중과 호흡하는 유명 연예인들도 성공비결의 일순위로 ‘기본’을 꼽는다고 합니다.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솔깃할 만한 주식투자나 재테크, 심지어 고스톱 잘 하는 방법도 알고 보면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지요. 어찌 보면 현실이 각박할수록, 그래서 ‘튀어야 산다’는 명제가 강박관념처럼 작용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Basics)이 오히려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의 요체란 생각도 듭니다.
테레사 수녀 아시지요? 인도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한 분입니다.
테레사 수녀가 미국을 처음 방문하고서 이 나라의 눈부신 발전에 감탄하기는커녕 “미국은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영혼이 가난한 나라”라고 혀를 찼다지요. 이 분은 많이 갖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성녀(聖女)니까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사는 속세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얘기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우리도 느끼지 않습니까? 많이 지닌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란 걸요.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지상주의가 우리의 정신세계는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황폐화하는지를요.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사는 데 정작 중요한 기본이 무엇인지를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것이 별나고 새삼스레 취급되는 주객전도된 세태도 한 몫 했겠군요.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정도 독자들과 소통하게 될 이 ‘목요세평’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루어 보렵니다. 기본을 되새기고 기본으로 되돌아가지 않고서는 진정한 ‘위안’도,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의 ‘대안’도 찾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독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를 부여잡고 헛발질하게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이 공간이 저의 짝사랑으로 시종일관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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