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소녀, 10만대군 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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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소녀, 10만대군 울릴까

허브 출연 : 강혜정, 배종옥, 정경호

  • 승인 2007-01-10 00:00
  • 신문게재 2007-01-11 11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정신연령 7살 그녀가 뿜는 사랑향기


예쁘고 착하다. 일곱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상은은 물론이다. 엄마도 악동 같은 남자친구 종범도 영화 속 인물들은 다 예쁘고 착하다. 제목 그대로, 화려하진 않아도 ‘허브’처럼 착함의 향기를 진하게 뿜는 순수한 영화다.

주인공이 정신지체장애인인 만큼 흐름은 대충 감이 잡힌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홀로서기를 한다는 성장스토리. 상은은 종범과 사랑을 하고 암에 걸린 엄마와 이별을 하면서 훌쩍 자란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오롯이 강혜정과 배종옥의 연기로 채워간다. 그리고 그 것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영화적으로 빼어난 작품은 아니다. 특정장면과 대사는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슬프고 감동적이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상은의 캐릭터도 신선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 캐릭터,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따로 겉돈다.

그러나 감정의 과잉이니, 식상하고 고루한 이야기니,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그 어떤 비난도 강혜정과 배종옥의 연기와 만나면 녹아 버린다.

사랑의 아픔을 알게 된 상은이 밥을 미친 듯이 먹으며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어떡해…(가슴을 꽉 쥐며) 여기가 텅 빈 것 같아.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아…” 할 때의 애틋한 표정을 보면, 눈물 강요의 감정 과잉이니, 신파니 하는 비판은 입 밖에 내놨다가도 도로 삼킬 수밖에 없다.

강혜정의 연기는 폭발적이고 배종옥의 연기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지독하다. 강혜정과 배종옥이 왜 연기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지, 그녀들의 힘이 무엇인지, 그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허브’는 제 값을 한다. 12세 이상.



고전의 맛 물씬나는 무협액션대작

■묵공 출연 : 류더화, 안성기



무겁고 진지하다. 와이어와 CG로 도배한 무협액션이 주류인 요즘 영화와 달리 꽤 고전적이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름다운 화면이 아니라 흙탕물에 범벅이 된 사실적인 장면이고 CG 캐릭터 대신 진짜 엑스트라들이 수천 명 등장한다. 옛날 영화스러운 미덕이 있다. 클래식한 느낌이랄까.

기원전 370년 전국시대, 조나라 10만 대군이 연나라를 치기 위해 출병한다. 그 길목에 놓인 인구 4000명의 양성은 불면 꺼질 듯한 운명에 처한다. 묵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도착한 사람은 달랑 혁리(류더화) 한 사람뿐. 병권을 넘겨받은 혁리는 탁월한 병법으로 조군을 물리친다.

모리 히데키가 그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묵공’은 원작의 서두인 양성을 둘러싼 공방전만을 영화화했다. 각색은 훌륭하다. 혁리가 양성을 위해 애쓰다가 배신당하는 과정은 원작 이상으로 긴장감이 넘치며 의미심장하다. 혁리를 사랑하는 여성 장수 일열과 사수대를 지휘하며 혁리를 따르는 자단 등 추가된 조연들도 인상적이다. 스케일도 장대하다. 총인원 6000여명이 동원된 전쟁신은 고대의 치열했던 전투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스펙터클한 화면 사이에 놓인 장면들이 더 볼만하다. 장즈량 감독은 권력을 둘러싼 비열한 암투와 거기서 생겨나는 비극, 위정자들의 정치논리에 희생되는 민초들까지 꼼꼼히 화면에 담는다. 그 모습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교묘히 중첩되며, 관객을 전쟁과 평화에 대한 사색으로 이끈다. ‘묵공’의 미덕은 이처럼 장대한 화면 속에 ‘반전’의 메시지를 절묘하게 녹여낸 데 있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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