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 ‘록 클래식’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문학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3월 27일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 P2에서 ‘젊은 바퀴벌레 시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문학나눔 콘서트는 문학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자리였다.
“뇌수의 팽팽하던 신경들이 툭툭 부러졌단다/머리터져 핏물 든 밤이 남해 먼 바다 해일처럼….” 인디록밴드 ‘모레인’이 강정의 시 ‘불가사리’를 강렬한 비트와 애절한 음색에 실어 보내자 공연장은 금세 열광적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손뼉을 치며 흥겨워했다. 혼자서 조용하게 시집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다.
이처럼 시와 록음악,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진 ‘문학나눔콘서트’가 올 한 해 동안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계속됐다.
이런 행사들은 뉴미디어에 밀려 점점 침체돼 가고 있는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기획됐다. 표현방법에서 ‘문자’와 ‘활자’의 운명을 타고난 문학 장르를 ‘이미지’와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 요즘 세대들의 감각에 맞게 다양한 예술장르로 재가공해 보여주려는 것이다.
문학콘서트와 더불어 요즘 문학계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작품 낭독회가 성행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는 지난 2월 교보문고 잠실점 개점을 계기로 이곳 문화휴식공간 ‘티움’에서 소설가 박완서와 연극배우 김지숙씨를 초청해 낭독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저자와 함께 하는 낭독회-낭독공감’이라는 제목으로 매월 한차례 진행된다.
작품낭독회는 유럽에서 중세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문화행사지만 국내에선 다소 낯설다.
▲ 한국시낭송 협회 ‘시낭송의 밤’ 행사 |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사무국장은 “낭독회 외에도 문학작품과 그림이 만나는 ‘문학 그림전’ 등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교보문고와 함께 연중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문학관을 중심으로 2~3년전부터 부쩍 늘어난 여러 지역문학축제들도 일반 독자들이 문학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강원도 춘천 김유정 문학촌은 4년전부터 매년 4월 김유정문학제를 열고 있다. 백일장을 비롯해 문학현장 답사기행,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민속놀이 재현 등을 통해 가족이 함께 즐기는 대표적 지역 문학행사로 자리 잡았다.
충북 옥천 정지용문학관은 3년 전부터 ‘가을별밤 가족 시낭송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런 문학행사에서 보듯 문학은 이제 책이라는 한정된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열린 공간에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각종 문학단체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과 독자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지난해 ‘도서벽지 순회 시낭송회 및 환경 노래 운동’ 행사를 열었고, 전국문화원연합회는 4년 전부터 매년 가을 국회에서 ‘국민의 시 낭송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시인협회는 2년전 달리는 고속철(KTX)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전주 한옥마을 안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전통가락과 현대시의 서정이 만나는 시인축제 ‘시여, 노래하라’를 개최한 바 있다.
독자들과 직접 만나려는 문학적 이벤트들이 ‘문학의 위기’가 자주 거론되는 이 시대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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