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모집방법에 있어서 수시니 정시니, 그리고 그룹으로 묶어 가군이니 ,나군이니, 다군이니 하면서 마치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한 것처럼 포장해놓은 것만은 예전하고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사회구성원 노릇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 때문인가. 너도나도 대학에 안달이다. 흔히들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에 있어서만큼은 제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그러하겠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교육열이 아니라 대학입시에 따른 기현상이라 해야 맞는 말 아닌가. 일선 교육현장이 전부다는 아니겠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건 아무리 부인해도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을 빌자면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교육과정은 입시가 아닌 전인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 그래왔다. 지난 1955년 제 1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지금의 7차 과정까지 우리의 교육과정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이 그 뼈대다.
모르긴해도 오는 2008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제 8차 교육과정도 그럴 것이라 미리 짐작되고도 남는다.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교육이 우리나라는 이제 갓 50년을 넘긴 시점에서 7번의 대개혁을 이루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항상 정해진 답을 지니고 있음에도 교육현장에서 결과적으로 막판에는 입시위주로 치달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대학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적 모순때문에….
기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을 살펴보면 전인적 성장의 기반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초능력을 토대로 창의적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민주 시민 의식을 기초로 공동체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다시 일선 교육현장으로 돌아가서 좀 더 솔직해보자. 이러한 전인교육을 위한 교과과목에 대해 학교에선 과연 1주일에 몇시간씩이나 배당하는지. 저학년 과정에서는 배정된 시간이 좀 있다고 하자. 고학년 특히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 3이면 이른바 빅 3과목인 국어와 영어, 수학을 빼놓고 눈치보며 다른 교과과목의 수업시간표가 짜여지지 않나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대입시험은 18년에 이르는 초`중`고 전교과과정에 대한 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딱 하루, 제한된 시간속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인생을 좌우한다. 그 어떤 실수도 행운도 그날 치러진 시험답안지 결과에 따라 전인교육으로 무장해온 우리의 교육이 평가 되어진다.
전인교육과 전혀 동떨어진 입시교육인데도, 줄기차게 잘못 걸어온 교육정책임에도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입막음만 하면 그만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짊어지고 가는데도 기득권층은 누구나 한 번쯤 앓는 홍역으로 치부하고 만다. 가끔씩 교육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답은 십중팔구 문제가 있다는데 견해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바꾸지 못함은 왜일까? 변별력 때문이란다. 서울 강남과 산골마을 학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학력차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러한 변별력을 따지기 위해 상대평가를 한단다. 참 구차한 변명이란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교육과정은 상대평가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고 전인교육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우리 교과과정이 전인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시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결국 이 모든 문제점의 결론은 말뿐인 전인교육에서 비롯됐다. 우리교육이 추구하는 홍익인간 이념이 더 이상 입시교육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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